케이뱅크, 사실상 마지막 ‘IPO’ 도전...세 번째 실패 불안감도 ‘UP’
케이뱅크 상장 실패는 BC카드 ‘재무적 위기’ 유발 1년 단기 계약·실적 부진에 투자 심리 부담
케이뱅크가 세 번째 상장에 나서며 자본 확충과 사업 확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의 1년 단기 계약 전환과 올해 상반기 역성장 실적이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성장 흥행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1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케이뱅크는 2022년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 상장을 시도했으나 증시 침체와 수요예측 부진으로 철회한 바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는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유상증자 당시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시한이 내년 7월로 다가오면서, 이번 상장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 FI 시한 압박에 상장 절박성 커져
이번 케이뱅크의 IPO 도전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케이뱅크가 상장 기한을 넘기면 BC카드가 7250억원 규모의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된다. FI들이 투자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2020년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을 34%까지 확대했다. 이듬해에는 FI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서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하는 드래그얼롱 행사 조건이 계약에 포함됐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실패하면 BC카드는 FI 지분(7250억원)을 현금으로 직접 사들이거나, 자신의 지분까지 함께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이는 BC카드 전체 자기자본(1조6318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두 차례 상장 시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22년 첫 도전은 증시 침체로 상장을 철회했고, 지난해 10월 재도전에서는 희망공모가 9500~1만2000원을 제시했으나 기관투자가들이 8500원을 요구하며 수요예측이 부진했다.
이번 상장이 성공하면 7250억원이 자본으로 편입돼 중소기업 금융과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등 성장 전략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케이뱅크 자본총계가 올해 상반기 기준 2조182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본 확충의 중요성은 더욱 뚜렷하다. 금융권에서는 상장 성공 시 케이뱅크가 수익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업비트 의존도·예치금 부담 변수로
케이뱅크 IPO 성공의 또 다른 변수는 업비트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업비트와의 실명계정 제휴를 내년 10월까지 1년 연장했다. 기존 3년 장기 계약에서 단기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내년 재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업비트 제휴 검토가 케이뱅크 협상력 약화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치금 부담도 변수다. 금융권과 규제당국은 여전히 업비트 예치금 의존도를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 행장은 “가상자산 1거래소와 다자은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도 업비트 단일예금 의존을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 전체 수신 잔액은 26조8000억원으로 이 중 업비트 예치금은 4조4000억원, 전체 수신의 16.4%를 차지한다. 예치금 이용료율이 급등해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나면서 순이자이익과 순이자마진이 다소 둔화됐고,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며 인터넷은행 3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 예치금은 별도 계정으로 분리해 고유동성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어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 “며 “금융당국과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를 지속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로 돌파구 모색
케이뱅크는 수익 다변화와 업비트 의존도 완화를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누적 취급액은 2023년 1조2000억원에서 올해 9월 3조원으로 늘었고, 개인사업자 고객 비중은 9%에서 14%로 확대됐다. 올해 2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분은 전체 여신 증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인뱅 가운데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대환 대출 비중 증가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으나, 케이뱅크의 2분기 말 연체율은 0.59%,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1%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환 대출을 부동산담보대출로 제한하고 담보 대상도 아파트로 한정해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에 성공하면 확보한 자본을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과 중소기업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업비트 재계약 불확실성과 수익성 회복 여부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