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손보’ 간판 내건 신한EZ·하나손보…적자 늪에 발목 잡혔다

신한EZ·하나손보 CEO 임기 만료 앞두고 연임 ‘빨간불’ 강병관·배성완 대표, 3년간 적자 지속에 거취 불투명 디지털 전환 공언했지만 수익성 확보 실패…출구 없는 실적 부진 기술 투자에 고객 확보 더뎌…‘디지털 손보’ 성공 공식은 요원

2025-11-05     박혜진 기자
왼쪽부터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사진=각 사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발한 신한EZ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 최고경영자(CEO)가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와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는 모두 올해 12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두 회사 모두 디지털 손보사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도 손실 폭이 확대되면서 두 대표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EZ손보, 손실 폭 두 배로 확대

강병관 대표는 2022년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한 뒤 디지털 보험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삼성화재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삼성금융네트워크 디지털 통합플랫폼 구축 및 삼성화재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 등 관련 업무를 경험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인수추진단장으로 합류한 뒤 신한EZ손보로의 사명 변경과 디지털 중심 경영체계 구축을 이끌었고, 이후 초대 대표로 선임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실적은 계속 뒷걸음질쳤다. 신한EZ손보는 2023년 7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74억 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272억 원으로 전년 동기(140억 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던 만큼, 1년이란 시간을 추가로 얻은 올해가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뚜렷한 수익 개선세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추가 연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나손보, 장기보험 전환에도 적자 지속

하나손보도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278억 원(개별기준)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259억 원 손실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하나손보는 2020년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변경하고 공식 출범했다. 출범 당시 기존 자동차보험 등 전문 분야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하나손보 역시 출범 이후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결기준 하나손보의 당기순손익은 2021년 16억 원 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 사옥 매각으로 168억 원 이익을 냈지만 이는 일회성이었다. 2023년에는 다시 760억 원의 대규모 손실로 돌아섰다.

이에 하나손보는 지난해 삼성화재 출신인 배성완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배 대표는 대면 채널을 확대하며 장기보험 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실적 개선에 주력했고, 그 결과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308억 원까지 축소시키는 성과를 냈다.

다만 올해 3분기까지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하나손보에서는 지금까지 CEO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이 배 대표의 연임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실 폭 축소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에 실패한 점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이상과 현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초기 기술 구축과 플랫폼 기반 마련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최근 장기보험 판매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지만, 자본을 갖춘 대형 손보사들과 경쟁해야 해 단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손보사로의 화려한 출발과 달리, 두 회사 모두 수익성 확보라는 근본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CEO 교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