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 라온 이어 상상인저축은행 품는다…제조금융 네트워크 확장
4개월만 상상인 인수…대주주 심사만 남아 경영권 확정시, 지방·수도권 양대 거점 구축
KBI그룹이 연내 두 번째 저축은행 인수를 성사시키며 25년 만의 금융업 복귀를 본격화한다. 올해 7월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상상인저축은행까지 확보하면 전선·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포트폴리오에 금융업을 추가,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 다각화와 계열사 금융 지원 체계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은 지난달 31일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1224만1000주)를 1107억원에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같은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며,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 통과하면 내년 3월 31일 거래가 종결된다.
이로써 KBI그룹은 지난 7월 라온저축은행 지분 60%를 약 1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두 번째 저축은행을 품게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은 1970년대 설립된 중견 저축은행으로, 자산 규모는 업계 상위권 수준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KBI그룹이 이미 라온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대주주 적격성을 통과한 회사로, 복수의 인수 후보 중 조건이 가장 적합해 최종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년간 매각이 지연돼왔던 상상인저축은행의 불확실성이 이번 인수로 해소됐다”고 말했다.
◆ KBI, 경영권 인수 후 두 저축은행 통합 가능성
KBI그룹의 저축은행 인수 배경에는 기업금융 강화 전략이 깔려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 2분기 기준 기업금융 비율이 전체 대출의 73.4%에 달하는 기업금융 특화 저축은행이다.
라온저축은행 역시 기업대출 비중이 75.7%로 높다. KBI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제조업 기반인 만큼, 두 저축은행을 활용해 계열사 운전자금과 협력업체 자금 지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은 지역적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라온저축은행은 경북 구미에, 상상인저축은행은 수도권 분당에 본사를 두고 있어 지방과 수도권 양대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KBI국인산업 역시 구미에 본사를 둔 폐기물 처리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3836억원 ▲매출 611억원 ▲당기순이익 318억원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경제권 내 제조업 네트워크와 저축은행 금융망을 결합한 지역 밀착형 금융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KBI그룹의 모태인 갑을상사그룹은 과거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으나, 2000년 말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일상호신용금고에 흡수합병되며 금융업을 접었다.
현재 KBI그룹은 KBI메탈과 KBI코스모링크 등 전선·동 소재 사업과 KBI동국실업과 KB오토텍 등 자동차부품 사업을 주력으로 ▲환경·에너지 ▲건설·부동산 ▲섬유·용기 ▲의료품 등 6개 부문 30여개 계열사를 운영하며 전세계 11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비금융권의 리테일 금융 진출과 관련해 “과거 IT회사였던 상상인그룹도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해 성장시킨 사례가 있다”며 “비금융권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질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KBI그룹의 라온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한 데 대해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된 저축은행에 시장 자율 구조조정 기능이 작동한 첫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KBI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면, 라온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간 통합 또는 협업 모델이 검토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두 저축은행 자산을 합치면 업계 상위 8~10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KBI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비금융 제조자본으로선 드물게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는 점에 주목된다.
KBI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올해 2개 저축은행 경영권 확보를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복귀할 것”이라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