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험료 인상 ‘조짐’...손해율 급등에 보험업계 ‘비상등’

보험금 청구 급증에 수익성 악화...3분기 보험이익 감소 손보사 평균 위험손해율 100% 넘어설 듯 평균공시이율 2.5%로 인하...예정이율 동반 하락 전망

2025-11-03     박혜진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업계가 보험금 청구 급증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평균공시이율 인하까지 겹치면서 인상 압력이 더 거세진 상황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계 보험사들의 보험이익이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예상과 실제 보험금 지급 차이를 의미하는 예실차가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신한라이프는 3분기 누적 보험이익이 5738억원으로 전년 동기(6004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동양생명은 보험이익 950억원으로 전년 동기(2020억원) 대비 53%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예실차 금액이 –65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그 가운데 보험금 예실차가 –556억원이었다.

KB손보 보험부문 이익은 6559억원으로 전년 동기(8854억원) 대비 25.9%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손해율은 81.6%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손해율(80.1%)과 비교해 1.5%p 증가했다. KB라이프 보험부문 이익은 2158억원으로 전년 동기(2,412억원) 대비 10.5% 하락했다.

이 외에도 NH생명보험은 3062억원으로 전년 동기(4167억원) 대비 26.5% 하락했고, NH손해보험은 326억원으로 전년 동기(1,320억원) 대비 75.3% 급감했다.

◆ 위험손해율 100% 육박...간병·치매보험 직격탄

이 같은 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위험손해율(보험계약자가 낸 위험보험료 대비 실제로 지급된 보험금) 상승에 기인한다. 위험손해율은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 상승하는데, 과거엔 호흡기 질환 유행 등 특정 담보에 국한됐다면, 최근엔 간병·치매·어린이·실손의료보험 등 여러 담보에서 손해율이 늘어난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 3분기 주요 손보사의 평균 위험손해율이 10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통상 적자로 보고 있다. 

그 중 특히 간병·치매 보험의 보험금 청구가 문제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자 증가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장기 청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보험사들은 손해율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금액을 기존 20만원에서 7~15만원으로 낮추는 등 상품을 개편하기도 했다. 또한 앞서 4월 어린이 간병사용일당도 서류 조작 등 비정상적 청구 사례가 늘어 보장액을 25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 평균공시이율 인하로 보험료 인상 압박

이와 함께 보험사 기준금리라 불리는 평균공시이율 인하로 내년 보험료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내년 적용할 평균 공시이율을 2.5%로 고시했다. 지난해부터 2.75%를 유지하던 평균공시이율은 2년 만에 0.25%p 낮아진다.

평균공시이율은 보험사별 공시이율을 매월 말 보험료적립금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지표로, 일종의 ‘보험업계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은 매년 9월 말 기준 지난 12개월 수치를 산출해 10월께 공시하며,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이듬해 사업계획과 예정이율을 산출한다.

통상 평균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사들이 산출하는 예정이율도 동반 하락한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수익률로,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다. 보험사들은 역마진(운용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낮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예정이율 조정을 통해 보험료 인상에 나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앞다퉈 보장금액 높여 판매했던 상품들의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손해율 방어를 위해 보장 금액 축소나 상품 재설계, 인수심사 강화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내년에는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