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에셋, IMA 첫 지정 임박…자금 운용 판도 바뀐다
금감원, 한투·미래 IMA 공동 지정 유력 발행어음 잔고 격차, 한투 177%·미래 79%
금융당국이 2011년 제도 도입 14년 만에 첫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을 확정한다. 올해 7월 IMA를 신청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이르면 이달 중 동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 자금조달 구조가 발행어음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사실조회와 현장 실지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까지는 IMA 외부평가위원회 심사가 면제돼 금감원 심사 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만 거치면 지정이 확정된다. 업계에선 두 회사 모두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동 지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 신청할 수 있어 현재 요건을 충족한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뿐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만기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다양한 운용전략을 고민 중”이라며 “금융당국의 인가 일정과 당사 상황을 고려해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다양한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IMA, 조달·운용 구조 전환 신호탄
IMA는 자기자본의 100%를 추가 조달할 수 있어 발행어음과 합산하면 총 300%까지 확대된다. 조달 자금의 25%를 보험자본에 의무 투자해야 하며,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이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집중해온 증권사들에게 기업금융·모험자본 중심으로 사업 구조전환을 요구하는 조치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4월 리포트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비부동산 기업금융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구조적 전환을 통해 증권사들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역할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초기술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모험자본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종투사 지정을 신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 한투, 조달 급박…미래, 운용 차별화 전략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한 이후 공격적인 조달 전략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9조965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9조9124억원)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같은 기간 발행어음 잔고는 17조6052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77% 수준까지 한도를 채운 상태다.
현행 규정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한국투자증권의 추가 조달 여력은 제한적이다. IMA 사업자로 지정되면 발행어음과 별도로 자기자본의 100% 추가 조달이 가능해 약 1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1조원을 달성으로 재무 체력을 입증했으나, 발행어음 자금을 부동산 PF와 기업금융에 집중 운용해온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IMA 준비를 위해 운용그룹 산하 조직을 구축하고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발행어음 조달에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해왔다. 올 1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7조8000억원으로 자기 자본 대비 79% 수준으로 추가 조달 여력이 충분하다. 당장 IMA가 없어도 발행어음만으로 충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원래 강점을 지닌 부동산 PF와 인수금융에서,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지분투자와 프리IPO 등에서 IMA 조달 자금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증권이 IMA 신청에 나선 것은 단순 구모 확대보단 운용 역량 기반의 차별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대체투자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등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글로벌 지분 투자에 활용할 경우 한국투자증권과는 다른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첫 IMA 지정 이후 두 회사의 운용성과와 감독당국 모니터링이 시장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며 “발행어음은 비교적 리스크가 낮았지만 모험자본 공급은 변동성이 큰 만큼 지정 초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내부통제 체계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