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이지 않는 페르소나와 12시간 기다림 끝에 쟁취한 새 얼굴
넷플릭스 ‘굿뉴스’ 제작보고회…17일 공개 변성현 감독 “천진난만한 악당, 류승범뿐”
“몇 번을 읽어도 아무개가 장면 및 다른 등장인물과 섞이지 않던데요? 그래서 감독님께 드렸던 첫 질문도 ‘섞여야 하냐, 안 섞여야 하냐’였습니다. ‘섞이지 말아 봅시다’ 하시더군요.”
나라 대소사를 해결하는 아무개 역의 배우 설경구. 그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굿뉴스’ 제작보고회에서 “출연 먼저 결정하고 책시나리오을 봤는데,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시대 인물이 아닌 거 같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본 영화는 1970년 벌어진 일본 최초의 항공기 납치, 일명 ‘요도호 사건’을 토대로 제작됐다. 이 납치된 비행기를 다시 납치하려는 한미일 권력자들의 작전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주인공 아무개는 제4의 벽을 수없이 깨는 인물로, 이로써 그 시대 무능한 관료 권력을 관조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변성현 감독은 “실제 체험하고 흡수할 수 있는 영화가 있고, 반면 이 영화는 그저 지켜보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며 “극 중 소동을 보고 어떤 특정 인물을 대입하기보다 제4의 벽이 시청자와 작품 간의 거리감을 두는 데 쓰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을 시작으로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 이번 ‘굿뉴스’까지 변 감독의 페르소나는 설경구뿐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위협하는 라이벌이 등장했다.
권력의 중심부인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을 맡은 배우 류승범이다. 이날 변 감독은 류승범이 출연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12시간 동안 그를 기다렸다며, 취기醉氣를 빌려 끝내 승낙을 받아냈다고 비화를 밝혔다. “카리스마 있는 악당인데, 그 악함이 천진난만함에서 발현되길 바랐습니다. 생각나는 배우가 류승범 씨였죠. 작품 주제로 극이 무거워지는 순간, 블랙 코미디 장르를 살려 줄 배우도 필요했고요. 그 둘을 교집합으로 충족하는 배우가 승범 씨뿐이었어요.”
한 문장만으로는 미처 다 표현 못하는 영화라며 난감한 표정도 지었다. 변 감독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닐 때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지만 거짓말이 아닐 때도 있다”면서 “이런 말 자체도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꼈다.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및 토론토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오는 17일 공개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