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업 재편, 하이닉스 성과 속 ‘배터리 리스크’ 여전
SK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핵심 자산 매각과 계열사 합병, 외부 자본 유치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배터리(Battery)부문 실적 부진은 그룹 전반의 신용도에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SK Innovation)은 최근 전력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를 통해 3조 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Convertible Preferred Stock)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로 약 2조4000억 원이 SK이노베이션 본사로 유입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앞으로 투자자 전환권 행사와 매도제안권(콜옵션)으로 인해 지분 재매입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재무적 변동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재편 핵심은 ▲SK이노베이션·SK온·SK에코플랜트의 재무안정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그룹 재무건전성 강화 ▲AI·반도체(Semiconductor)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SK㈜는 비핵심자산인 SK스페셜티 지분을 2조6000억 원에 매각했고, SK네트웍스 역시 SK렌터카를 지난해 8월 8000억 원에 처분해 레버리지를 줄였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자회사를 매각하는 동시에 반도체 소재 자회사를 편입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의 순차입금은 2023년 말 83조 원에서 올해 6월 말 71조 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134%에서 103%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연결 기준 1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견인했다.
그럼에도 그룹의 성과가 SK하이닉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석유화학(Chemical) 부문은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미 있는 개선책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배터리 사업 역시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SK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은 SK하이닉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사업안정성 제고와 재무적 대응력 강화를 위해서는 배터리 부문의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SK그룹의 신용도는 SK하이닉스의 실적 흐름과 더불어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및 재무부담 수준이 좌우할 것이고, 배터리 사업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배터리 부문의 실적 회복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