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fps] 부산에서 본 ‘윗집 사람들’…뱀 하정우와 하와 공효진
BIFF 2025 한국영화의오늘-스페셜프리미어 12월 극장 개봉
《리뷰》
윗집 사람들 / 108분 / 18일 상영회 /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세기 2:9, 16~17·개역개정) / 영화는 ‘윗집’ 부부의 격렬한 신음으로 요란하게 막을 올린다. 반면 아랫집 부부 정아공효진 분와 현수김동욱 분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갇혀 있고, 성관계는 물론 스킨십조차 오래전 멈춘 듯하다. 이 집에 윗집 부부 김 선생하정우 분과 수경이하늬 분이 집들이 겸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동거인’ ‘미지와의 조우’ 등 총 5개 챕터로 구성된 본작은 ‘그룹 섹스’를 소재로 삼는다. 순간 상스러운 대사와 억지스러운 묘사가 덮칠지 우려되지만, 의외로 끈적임보다 상쾌한 톤으로 전개된다. / 무엇보다 대사와 이를 살리는 배우들의 힘이 바위처럼 확고하다. 김동욱은 오랜만에 날 선 촐싹거림을, 이에 공효진은 선하고도 ‘세상 억울한’ 특유의 리액션으로 맞선다. 하정우는 애드리브와 대사의 경계를 넘나드는데, 특히 감독인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는 데도 주저가 없다. 군데군데가 재밌어서 이것이 쌓여 작의 무게로 이어진다. / 수경은 현수에게 본인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좋아한다며, 영화 ‘대부’의 명대사 “그자에게 거절 못 할 제안을 하도록 하지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를 인용한다. 에덴동산의 뱀처럼 윗집 부부가 아랫집 부부를 자신들의 파티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극의 긴장 요소다. / 비토 콜레오네는 상대의 애마 머리를 침대에 두었지만, 다행히 이들은 감언이설만을 내뱉는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외롭다”, “자연에는 독점이 없다” 같은 논리가 등장하지만 결국은 곁가지일 뿐, 종국에 영화는 보통의 한국 영화처럼 결말을 클리셰에 기댄다. / ‘끝이 조금 더 과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감독 하정우의 일신은 분명 놀랍다. 극 중 김 선생의 대사인 “알을 깨고 나오셔야 한다”는 말이, 혹 본인의 깨달음이었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적재적소의 슬로 모션, 관객을 철저히 관음자의 시선으로 만드는 특정 숏은 하 감독이 전작 ‘로비’에서 맞이했던 무력감과 비교할 때 그 변화가 확연하다. /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2020)을 한국식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가수 배리 화이트의 농염한 음색이 떠오르는 이 영화는 오는 12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