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현대해상 등, 대규모 발행…보험사 자본 조달 열기 확산

상반기 회사채 발행 5조 원 돌파...1분기 몰려 숨 고르기 후 이달 발행 ‘러시’

2025-09-26     박혜진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대규모 자본 조달 러시를 보인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달 들어 다시 발행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는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와 금리 하락에 대비한 선제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총 5조225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1400억 원) 대비 358.3% 급증했다.

지난해엔 하반기에만 보험사의 자본성증권은 7조5150억 원 규모로 발행됐으며, 연간 발행액은 8조655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3년 연간 발행액인 2조4340억 원과 비교하면 255.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자본건전성 지표인 새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늘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조달 비용이 낮아진 점도 대규모 발행을 견인했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상반기 보험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대부분 1분기에 몰렸는데,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8000억 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기록했다. 이어 ▲한화생명(6000억 원) ▲KB손해보험(6000억 원) ▲신한라이프(5000억 원) ▲한화손해보험(500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동안 주춤했던 보험업계 자본 조달이 이달 들어 재개되는 양상이다. DB손보가 앞서 1월 747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25일에는 사모 형식으로 1200억 원을 추가 발행했다. 두 차례 발행을 통해 총 8670억 원의 대규모 자본을 조달한 셈이다.

발행 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결의했고, 흥국생명도 25일 이사회에서 2000억 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처럼 보험사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가 하반기에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집중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상반기 1조1400억 원에 불과했던 발행 규모가 연간 8조6550억 원까지 늘어난 것은 하반기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보험사들이 앞다퉈 자본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 기조도 발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보험사들이 보험부채 평가 시 사용하는 할인율의 최종관찰만기를 30년까지 확대해 2027년까지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금리 인하에 따라 자본건전성 악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발행 채권(5년 콜옵션 조건 채권)의 차환 수요와 킥스 비율 제고를 위한 가용자본 확충이 맞물려 자본성증권 발행 흐름은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