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가계대출 부실률 2년새 2배... 중·저신용자 리스크 확산

가계신용대출 부실률 0.6%→1.2%로 2배 증가 카뱅 “하반기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 유지”

2025-09-24     최정화 기자
사진=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자산건전성 저하가 우려려되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상 여신 확대에 따라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에서 부실률이 상승하고 있어 성장 이면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23일) 카카오뱅크에 대해 기업신용등급 ‘AA+/Stable(안정적)’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신용등급은 유지됐으나 평가보고서에는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중)은 2022년 말 0.4%에서 올해 6월 말 0.5%로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부실률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가계신용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같은 기간 0.6%에서 1.2%로 2배 증가했고,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률도 이 기간 0.0%에서 0.6%로 상승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여신 취급 시기가 경과하고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제한된 것으로 분석된다. 총고정이하여신에서 개인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이들 자산의 건전성 악화는 전체 은행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카카오뱅크는 올 6월 말 기준 총여신 44조8000억 원 규모로 국내 전체 은행권에서 1.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인터넷은행 내에서는 예수금 점유율 52.8%,  총여신 점유율 57.9%를 차지하며 압도적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높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과 여신 취급시기 경과 등의 영향으로 2022년 이후 가계신용 및 개인사업자대출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하락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 중·저신용자 부실 확산…대손 비용 급증 ‘수익성’ 압박

카카오뱅크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주력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단기적으로 대출자산 성장과 동반해 신용대출 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30%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수경기 둔화 등에 따른 차주 채무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을 감안할 때 건전성 지표는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의 부실률 증가가 눈에 띈다. 중소기업여신은 전액 개인사업자 대출로 규모가 아직 미미하지만,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 2022년 말 0%에서 지난 6월 말 0.6%로 상승한 것은 경기회복 지연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대출은 2022년 11월 출시돼 출시 직후인 그해 말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 설명이다. 실제 올 2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6%로 전분기(1.32%) 대비 개선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업종 및 업력에 따른 대출한도 및 금리 차등 적용 등 신용리스크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업종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자체 개발해 연체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신용대출 부문의 상황도 주목된다. 타행 대비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카카오뱅크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타행 대비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점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 측은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 증가 및 여신 취급시기 등의 영향으로 가계신용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출범 후 약 14조 원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을 공급해 전 은행권 중 가장 큰 규모의 포용금융을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기준 중저신용 대출 잔액은 4조9000억 원으로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많은 규모로 파악된다.

부실채권 처리 방식도 부담 요소다. 인터넷은행 3사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2023년 699억 원에서 지난해 1868억 원으로 2.7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131억 원으로 토스뱅크(1438억 원)나 케이뱅크(299억 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부실채권 매각이 포용금융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충당금 적립률도 하락세다. 충당금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해 245.3%에서 올해 6월 219.1%로 떨어져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 준비가 상대적으로 줄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2분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45%로 전체 여신 대손충당금적립률 219%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대내외 불확실성 등 건전성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는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내수경기 회복지연,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지속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및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등의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이 존재한다”면서 “취약 차주의 건전성 저하 및 관련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은 향후 수익성에 중요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제4인뱅 진입 무산에도…구조적 리스크 지속

최근 금융위원회가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무산시키면서 카카오뱅크는 단기적으로 경쟁 압박 완화라는 호재가 생겼다. 이로써 카카오뱅크 중심의 인터넷은행 시장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나신평은 “카카오뱅크가 26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바탕으로 가계대출 규모 40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했다”며 정부 지원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신용평가에서 정부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자체 신용도 대비 1단계 상향 조정이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 완화에도 구조적 부실 리스크는 여전하다.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부실 확산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2.4%로 일반 시중은행(25%)보다 높다. 중·단기적으로 이 비중이 30%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부실률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신평은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취약차주 중심의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이 존재해 수익성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대출 성장세와 배당, 강화되는 자본규제를 감안할 때 자본적정성 관리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지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부실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시장의 성숙기 진입과 함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안정성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