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실·은폐 시도" 여야 질타... 고개 숙인 KT “위약금 면제 적극 검토”

국회 과방위, 통신·금융 해킹 사태 청문회 개최 KT "해킹 사태 해결 위해 최선 다할 것"

2025-09-24     박순원 기자

최근 불거진 ‘통신 및 금융 해킹사태’와 관련해 KT와 롯데카드의 ‘보안’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고 축소는 물론 은폐 시도까지 있었던 KT는 ‘대표이사 사퇴 요구’는 물론 대구모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도마에 오른 KT 부실 관리...여야 질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한 청문회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 등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섭 KT 대표이사,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김영섭 KT 대표이사 등을 불러 ‘통신·금융 해킹사태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KT·롯데카드 등의 개인정보 관리 부실과 사고 축소·은폐 시도 정황을 질타했다.

이번 사고는 KT의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해킹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는 이를 악용해 소액결제를 진행했고 결제 과정에서 필요한 본인인증 ARS를 우회해 금전적 피해를 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KT의 펨토셀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국가기간통신망 KT의 민낯을 확인했다”며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염려하시는 일이 도졌는데 이런 사건,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드는가. 김영섭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태에 관련된 임원진들 모두 사퇴해야 된다”고 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허위 조작, 은폐, 축소만 반복하고 있다. KT 자체가 해체돼야 될 수준”이라며 “첫 피해가 8월 5일에 발생했는데 KT가 한 달을 뭉개는 동안 최소 362명, 764건의 피해가 터졌다. 김영섭 대표는 최소한 대표직 연임에 연연하지 않고 이 사태를 책임진 이후에 내려오겠다고 말씀하셔야 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KT는 13년 전에 이미 펨토셀이 위험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경고 사인 다 무시하고 방치했다”며 “국가기간통신망을 통해 만들어진 회사가 민영화돼 많은 고객이 쓰는데 보안 경고를 무시한 부분에 대해 징계하고 고쳐야 한다”고 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KT에 무단 소액결제 정황을 통지하고 9월 1일에 피해 분석을 요청했는데 KT는 그럴 리가 없다고 발뺌하더니 결국 사고가 났다”며 “근거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느낌”이라고 했다.

같은 당 이상휘 의원은 “KT 사태는 펨토셀 관리 부실이 사건을 초래한 원인”이라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사후 조치를 빈틈없이 하는 게 기업의 도리이고 도덕”이라고 했다.

◆사퇴 요구에는 침묵한 KT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한 청문회에서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짜 기지국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KT의 사고 은폐 의혹에 사실로 드러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저질러 고객뿐 아니라 전 국민께 불안과 걱정, 심려를 끼쳐들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펨토셀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회수 관리가 부실했다”며 “이번 사고 이후에는 (일정기간 이용하지 않은) 펨토셀이 붙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에 KT의 귀책 사유가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고객 2만30명에게는 ‘위약금 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가 없더라도 회사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에 KT를 떠나려는 고객에 대해서도 위약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 “생각하고 있지만 어쨌든 조사 최종 결과를 보고 그 다음 피해 내용도 고려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사퇴’ 문제에 대해선 “우선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