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2025 특집 인터뷰] 유형석 시프트업 디렉터 “차별화와 IP확장이 日시장 흥행 원동력”
이번 도쿄게임쇼를 기점으로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일본 진출을 통해 스스로의 개발력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와중에 현재 일본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게임인 ‘승리의 여신: 니케’는 현지 앱 마켓 차트를 역주행하며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시프트업의 유형석 디렉터를 만나 ‘니케’가 일으킨 서브컬처 신드롬과 국내 게임사들의 일본 진출에 대한 조언을 직접 들어봤다.
◆K-서브컬처 롤모델로 거듭난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도쿄게임쇼 2025에는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 다이브’, 스마일게이트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엔씨소프트의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컴투스의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 등 다양한 국산게임들이 출동해 서브컬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경쟁력을 확인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서브컬처’에 도전하게 만든 작품은 바로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다. 지난 2022년 출시된 니케는 일본 앱마켓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더니 매 업데이트마다 차트를 역주행하며 시프트업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반기 기준으로도 시프트업의 매출은 1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45억원으로 33.2%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프트업의 니케를 통해 ‘잘 만든 서브컬처 작품’의 파급력을 눈으로 확인한 국내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서브컬처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사들은 일본 시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탄탄한 팬 문화로 1인당 구매력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니케의 브랜드화, ‘IP 확장’으로 매 업데이트마다 日서 ‘차트 역주행’
시프트업에게는 물론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승리의 여신: 니케’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재패니메이션과 2D 그래픽을 활용,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체를 겨냥해 개발됐다.
유형석 디렉터는 “니케의 기획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과 중국 2차원 장르 게임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서브컬쳐 시장이 글로벌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다”라며 “따라서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를 염두하며 기획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유형석 디렉터는 니케가 일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차별화’를 꼽았다. 또 유저들을 몰입하게 하는 서사가 극대화되며 매 업데이트마다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 디렉터는 “니케의 성공은 다양한 분야가 모두 합심해 만들어진 결과이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차별화’였다”라며 “그림과 움직임 등 특유의 밀도감과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 특색있는 건슈팅 액션을 융합해 게이머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이후 현재까지 니케의 안정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은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라며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게임과 시나리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고 이러한 부분이 지휘관(플레이어) 여러분께도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시프트업의 게임의 성공만으로 안주하지 않았다. IP를 ‘브랜딩’하며 다양한 형태로 확장한 결과 현재의 고정적 팬덤이 생겨났다. 물론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부터 이러한 IP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결과, 오늘날의 니케가 완성됐다는 게 유 디렉터의 설명이다.
유 디렉터는 “니케의 출시 시점에는 게임 개발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IP 확장을 따로 고려하지는 못했다”라며 “게임의 흥행이 없다면 IP 확장은 시도조차 할 수 없듯 니케의 완성도 제고에 총력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유 디렉터는 “이후 여러 파트너사들과 함께하며 조언과 협력을 얻을 수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전역으로 IP 확장을 시도할 수 있었다”라며 “이같은 IP 확장은 니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형석 디렉터가 생각하는 일본 시장 공략...무엇이 중요할까
유형석 디렉터는 일본 게이머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는 ‘서브컬처’ 문화의 차이점보다 ‘게임’ 문화의 차이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게이머들의 성향에 따라 콘텐츠 소비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 디렉터는 이번 물음에 대해 “내러티브와 캐릭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브컬처에 대한 태도가 국가별로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권역별 선호하는 세계관이나 전투의 장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애니메이션 문화가 동양권에서 서양권으로, SF와 슈팅이 서양권에서 동양권으로 확대되고 있듯 니케 역시 이런 테마와 장르로 기획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국가별로는 게이머 문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PC MMORPG’가 지배하던 시장이었기 때문에 콘텐츠 난이도 하향 등 쉽게 보상을 획득할 수 있게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을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라며 “반면 일본은 콘솔 게임 경험에 익숙하기 때문에 난이도 하향으로 콘텐츠 소모 속도가 가속화 되고 게임 경험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디렉터는 “따라서 일본 시장에서 현지 게이머들을 대할 때 ‘서브컬처’에서 문화적 차이를 찾기보다 ‘게임’의 문화적 차이를 찾고 이를 고려하며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게임사들은 RPG 개발 경험이 강해 성장, PvP, 협동, 경쟁 등 구조적 순환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환경을 구축해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중요시한다”라며 “하지만 서브컬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내러티브’와 ‘IP 확장’이고 이를 통해 이탈했던 이용자들이 재참여하는 장기적 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디렉터는 일본 공략에 나서는 중소규모 게임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냐는 물음에는 “최근 일부 서브컬처 게임들은 일본을 글로벌 진출의 관문 정도로 생각하며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만큼 해외 시장도 결코 쉽지는 않다”라며 “어느 시장이든 도전적인 무대인 만큼 하나의 국가나 권역에 집중하거나 처음부터 글로벌을 고려하며 스스로의 전략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형석 디렉터는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핵심으로 무엇이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구축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디렉터는 “단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JRPG를 플레이했던 경험을 ‘적당히’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템포의 스토리에서 어떤 빌드업으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라며 “그리고 이같은 공부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 경험이 아니라 개발자가 진심으로 장르적 특성을 이해해야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프트업의 니케는 이번 도쿄 게임쇼에서도 ‘레벨 인피니트’의 부스를 통해 현지 참관객들과 소통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형석 디렉터는 이번 게임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멋진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선보이며 IP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디렉터는 “기존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게 기본적인 것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라며 “항상 승리의 여신: 니케를 사랑해주시는 글로벌 팬들에게 감사드리며 3주년 스토리 업데이트도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