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에…재무부담 ‘경고등’
호텔신라(대표이사 이부진)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부 영업을 중단하면서 단기적인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던 사업권 반납에 따라 외형 축소가 불가피한 데다, 인천공항공사에 지급한 1900억 원 규모의 위약금까지 겹치며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기업평가 기업2실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앞서 18일 이사회에서 인천공항 DF1권역(향수·화장품·주류·담배)의 영업을 내년 3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권역의 영업 정지 매출 규모는 약 4293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9476억 원의 10.9%를 차지하는 규모다. 계약기간 종료 전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인천공항공사에 위약금 약 190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상승이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면세사업 적자 심화에 따른 구조조정 성격이 크다. 공항 면세점 사업은 출국객 수에 연동된 임차료 구조로 운영돼 왔는데, 코로나 유행이 끝나고 나서도 입국객 수 회복이 매출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과중한 고정비 부담이 발생했다.
호텔신라는 임대료 감면을 위해 법원 조정 절차를 밟았으나, 인천공항공사가 이의 신청을 제기하면서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임차료 부담이 높은 DF1권역을 정리하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호텔신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TR) 부문에서 이번 DF1권역 매출 규모는 면세사업의 13.1%, 연결 전체 매출의 10.9% 비중을 차지한다. 단기적으로는 외형 축소와 비용 반영이 불가피하지만, 해당 권역은 높은 임차료로 인해 면세 부문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중기적으로는 임차료 부담 완화로 영업수익성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호텔신라는 이미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시 ▲면세사업 부진으로 영업손실 지속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실적 개선 폭 등을 반영했다.
지난해 호텔신라의 면세 부문 매출은 3조2819억 원에 달했으나 영업적자 697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63억 원의 적자가 발생해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의 하향 변동 요인으로 꼽히는 호텔신라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기준 9.9배로 높은 수준이며, 올해 6월 기준으로도 6.8배를 기록하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2022~2024년 평균 50%에 달해 신용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기업2실 수석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중기적으로는 면세사업의 수익성 회복에 이바지할 수 있겠지만,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은 여전히 부담요인”이라며 “앞으로 면세 사업 부문의 영업수익성 회복 수준과 재무부담 완화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