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롯데손보 품고 비은행 다각화 나서나
증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보완, 수익원 다변화 보험업 장기계약 부채·조직문화 통합 과제 산적
한국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실사에 착수하면서 중견 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확장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증권과 자산운용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매각가와 자본 운용 부담 등 재무적 리스크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기 위한 실사에 착수했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보유해 왔으며, 매각 추진은 수년째 시장에서 거론돼 왔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매각을 넘어, 한국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손보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는 지주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으로, 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여러 매물을 살펴보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 특정 회사 인수 여부나 세부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증권 부문에서 별도 계획이나 역할을 하고 있는 부문은 아직 없다”며 “실사 여부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롯데손보 매각 지연, 한국금융 ‘새 돌파구’ 기대
롯데손보 매각은 지난해부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가 본입찰에서 참여를 포기했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향후 가치 측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손을 뗀 것으로 본다.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인수 절차로 이어지지 않았다. 매각 주관사들이 추가 후보군을 발굴하지 못하면서 롯데손보 측은 급하게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롯데손보가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인수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매각 일정이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교착 상태에서 한국금융지주의 실사 착수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 투자상품+보험상품 패키지 ‘프라이빗뱅킹’
한국금융지주는 그간 증권과 자산운용, 벤처투자 등 투자금융 부문에 강점을 보이며 성장해왔으나, 금융지주 체제에서 은행을 보유하지 않은 만큼, 안정적 수익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보험업 진출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완과 수익원 다변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손해보험업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재산보험 등 생활 밀착형 영역에서 꾸준한 수요가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보험사의 안정적 현금흐름은 증권·운용 부분의 성장성과 결합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접근법이 기존 은행 중심 금융지주들과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카뱅크들이 기존 은행 네트워크와의 중복을 우려한 반면, 증권업 중심 금융지주는 보험업과의 시너지 창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증권업과 손해보험업을 연계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상품과 보험상품을 패키지화해 제공하는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확대가 핵심 전략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우려 요소도 적지 않다. 롯데손보의 기업가치가 지속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전체 기업 가치를 여전히 1조원 미만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가치만 해도 5000억원 수준에 달해 증권업 중심 지주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런 규모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보험업은 자본적정성 규제가 엄격하고 장기계약 부채 관리 부담이 커 진입 장벽이 높다.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성장 기회와 함께 관리 과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인수 과정에서 예상되는 과제도 상당하다. 롯데손보의 전국 영업망과 증권업 중심 금융지주의 사업구조 간 시너지 창출이 관건이다. 보험업과 증권업 간 서로 다른 영업방식과 조직문화 통합 등은 풀어야 할 후속 과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업 중심 금융지주의 보험업 진출은 금융업계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와 보험업 특유의 장기 리스크 관리 부담은 향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