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패권 경쟁...SK하이닉스·삼성전자, 왕좌 놓고 격돌

SK하이닉스, HBM4 개발 완료...양산 체제 구축 삼성전자도 고객사 샘플 출하...초미세 공정 조합 엔비디아 AI 가속기 루빈 탑재 예고..수주 경쟁 관심

2025-09-17     정유라 기자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의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삼성전자와의 차세대 메모리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AI 서버 수요 증가로 HBM4가 첨단 메모리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치열해진 경쟁은 양사의 반도체 공급망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HBM4 개발 완료와 동시에 양산 돌입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4의 개발을 완료하고 즉시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새롭게 양산 체제를 갖춘 HBM4는 이전 세대보다 2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적용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끌어올렸다.

이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자랑하며,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해당 제품에 10Gbps(초당 10기가비트) 이상의 동작 속도를 구현해 HBM4의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표준 동작 속도인 8Gbps를 크게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 시장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자사 고유의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과 10나노급 5세대(1bnm) 디램 기술을 적용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도 최소화했다.

◆삼성전자도 맞대응…초미세 공정 적용한 HBM4 개발 완료

삼성전자 역시 HBM4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이번 HBM4 제품은 1c(10나노급 6세대) 디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디램과 하단 로직 다이 모두에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현 시점에서 유일한 조합으로, 이러한 공정 혁신을 통해 HBM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 로직 다이는 인터페이스 속도나 신호 무결성, 병목 현상 해소 등에서 장점을 가져 이전 세대 대비 HBM4의 집적도와 성능, 전력 효율을 전방위적으로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어 품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사 선정이 승부처

양사의 HBM4 시장 경쟁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엔비디아의 공급사 선정에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아키텍처인 루빈(Rubin)에 HBM4를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내년 1분기 루빈 시리즈에 탑재될 HBM4에 대한 품질 테스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해당 테스트 결과에 따라 주요 공급사 선정과 공급 비중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누가 핵심 공급사로 선정되고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HBM4 12단 샘플을 선제적으로 공급하며 초기 경쟁에서 앞선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 주도권은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양산에 돌입해 대규모 납품 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반기 수익성 개선의 핵심 변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4 경쟁은 양사 하반기 수익성 개선과 증대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부문에서 실적 부진을 겪은 가운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HBM 시장 선점이 필수적이다.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HBM4 제품 개발 및 고객사 검증 통과 여부가 삼성전자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꼽힐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HBM4 세계 최초 양산과 함께 2분기 메모리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뛰어난 실적을 달성한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주환 SK하이닉스 부사장(HBM개발 담당)은 “HBM4 개발 완료는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에너지 효율, 신뢰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신속한 시장 진입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