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주가는 뜨겁고 환율은 차갑다

2025-09-15     news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최근 가격 변수에서 보이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종합주가지수(KOSPI)와 원/달러 환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가 모두 지난 4월 올해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후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된 6월 초까지 탄핵 선고 후 안도감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다.

6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은 새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기대가 계속 반영되며 사상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하고 있고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주가지수 목표치를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반면, 6월 중순 이후 상승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주가지수와 달리 원화는 추가로 절상되지 못하고 139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두 가격 변수의 엇갈림은 새 정부 출범 전후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는 뜨거운 기대감과 여전히 차갑고 불안정한 대외 여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상반기와 180도 달리진 낙관적인 주식시장 전망은 상반기 내수 침체의 주된 동인인 정치적 불확실성이 종료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새로운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기대감은 경제지표로도 확인된다.

소비자기대지수나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실사지수 등의 지표들은 대통령 선거 전인 5월부터 반등하며 불확실성 종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 시작한다.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전과는 다른 강한 경기 부양 기조를 보여주며 시행한 추경은 하반기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를 더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해 5월 0.8% 전후에서 형성되었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들은 최근 1%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또 하나 추가된 것은 신정부의 강한 주식 부양 의지다. 5000pt 목표 이야기가 나오고 밸류업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보태지며 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면 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반을 둬 하반기 이후 경기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뚜렷한 반등 및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일까? 이러한 안도감을 갖기엔 우리 경제가 처한 대외적 현실이 차갑고 불안정하다.

상반기와 비교해 보면 경제성장률이나 체감경기가 반등하기는 하겠지만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 수준이 1%대 후반에서 2% 수준에 형성되어 있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돈 만큼 추세적인 경기는 상당히 위축된 상황일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 후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아직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반기 초반의 강한 기대가 오히려 하반기 후반 또는 연말에는 차가운 현실에 막혀 실망감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경기 전망에 있어 여전히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는 이유는 우선 트럼프 관세로 인한 영향이 이번 하반기부터는 실제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주가와 달리 원화 가치 상승이 주춤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미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대해 지난 4월과 같은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8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서한을 발송한 6월 중순이다.

직접적인 관세 이슈에서 조금 더 시야를 확대해서 보면, 미국이나 중국 유럽과 같은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들의 경기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어 있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 경기 흐름을 지속해서 압박하는 요인이다.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과 긴장 고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무역의 주요 플레이어들의 경기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순환적인 둔화 요인이 겹치며 하반기 글로벌 주요국 경제는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당연히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한데 첫 번째와 두 번째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변동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움직임은 그대로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정 균형에 방점을 찍고 상대적으로 내수 경기 부양에는 소홀했던 지난 정부 정책에서 느꼈던 것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른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그 한계 역시 분명하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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