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나원균, 동성제약 경영권 재신임에도 “반쪽 승리”
현 경영진 해임안 부결…“이양구, 사외이사 사퇴” 이양구 측 4인, 이사회에 합류 ‘혼합형 이사회’ 회생 종료 후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 높아
동성제약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조카 나원균 현 대표의 승리로 일단락했다. 다만 나원균 대표의 삼촌인 이양구 전 회장 측 신임 이사가 이사회에 다수 합류하게 돼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동성제약은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현 경영진인 나원균 대표와 전임 경영진인 이양구 전 회장의 경영권 분쟁 향방이 주목됐다.
이날 주총에서 기존 이사인 나원균 대표, 원용민 사내이사, 남궁광 사외이사 해임의 건은 부결됐다. 해임 안건이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다.
이양구 전 회장의 사외이사 선출의 건은 주총 개최 전 후보자가 사퇴하며 철회됐다.
나원균 대표 등 현 경영진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경영권은 유지됐다. 다만 이양구 전 회장 측인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가 다수 합류했다. 브랜드리팩터링이 추천한 인물인 함영휘·유영일·이상철 등 사내이사 후보와 원태연 등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이 가결되면서다. 마케팅 전문기업 브랜드리팩터링은 이양구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14.12%)을 매입한 최대주주다.
이번 신규 이사 선임으로 이양구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 4명, 나원균 대표 측 인사 3명으로 이사회 구도가 재편됐다.
이양구 전 회장 측이 이사회 구도에서 유리해 이사회 권한 등을 활용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임시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확인에 따른 혼란으로 개최가 늦어졌다. 결국 오후 5시에 임시주총이 시작됐다.
개회 전 주주와 운영진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크게 벌어졌다. 장소가 협소해 일부 주주 입장이 제한되자 “주주가 못 들어가는 주총이 어디 있느냐”는 항의가 이어졌고 경찰과 보안요원까지 투입됐다.
동성제약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동성제약은 고(故) 이선규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이양구 전 회장이 물러나고 조카인 나원균 대표를 선임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러던 중 이양구 전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이 계약으로 이양구 전 회장은 2년간의 회장직 유지와 주식·경영권 재매입 권리를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원균 대표 측은 해당 건이 사전 협의없이 이뤄졌다며 즉각 반발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5월 7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임시주총 소집 저지에 나섰다. 또 나원균 대표는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해 브랜드리팩터링 지분 희석에 나섰다.
그러자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신주상장금지가처분 등으로 대응했다.
여기에 이양구 회장이 선임한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가 나원균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나원균 대표 등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579억원의 30.6%에 달하는 177억원을 횡령·배임했다는 혐의다. 이 때문에 동성제약은 거래정지 상태가 됐으나 이달 14일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거래는 정상화됐다.
브랜드리팩터링은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맞서면서 이번 임시주총이 개최됐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 표심이 주요 역할을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성제약의 지분율은 ▲브랜드리팩터링 11.16% ▲나원균 대표 2.88% ▲자사주 7.33%이다. 소액주주 지분이 77.6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양측은 임시주총 개최 전 소액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왔다. 그 결과 나원균 대표 측이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어냈으나 현재 기업회생에 돌입한 만큼 경영 안정화를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은 성명을 통해 “회생법원의 기업회생 절차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경영정상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법원 감독하에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감축과 동시에 매출 성장을 위한 사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며 “회사의 핵심 R&D 신약 포노젠의 임상2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