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연임, 금감원 ‘강화된 잣대’ 첫 시험대
올 연말 회추위 연임 검증 본격화 금감원, 장기 연임 CEO 검증 강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첫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그의 연임 여부가 금융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수장의 거취를 놓고 경영 실적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라는 상반된 평가 잣대가 충돌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3년 3월 취임한 진 회장의 첫 임기가 내년 3월 23일 만료됨에 따라 올해 연말부터 연임 절차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 따라 통상 임기 만료 3개월 전 후임 승계 절차가 시작되며, 진 회장의 연임 여부는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진위원회(회추위)를 통해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회추위는 내부통제 실효성과 사고대응력, 윤리경영 이행 여부 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 금융사고 대응력·내부통제·회추위 ‘주목’
진 회장 연임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지난해 발생한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원 규모 파생상품 금융사고다.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10월 11일 공시를 통해 그해 8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당시 “라임펀드보다 금액은 적지만, 충격은 크게 받았다”면서 “계속해서 아픈 모습이 나오는데 심각성도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신한투자증권 임원 2명이 보직 해임되는 등 조직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9곳의 CEO가 지난해 12월 일제히 교체되면서 그룹 내부의 안정성과 리더십도 주목을 받았다. 내부통제 문제와 실적 부진 등을 겪은 일부 계열사 CEO 다수가 첫 임기를 마치자 마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통제력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올해 내부통제 역량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별도로 실시간 모니터링·통제 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 전담 조직 신설, KPI(성과보상체계)에 내부통제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올해 3월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 강화와 임직원 윤리의식 내재화 교육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회추위 구성의 전문성과 검증 과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원 구성이 법률·회계 등 비(非)은행업 분야에 치중돼 있어 재무적 성과만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 위원 5명은 ▲금융 ▲경영 ▲재무·회계 ▲글로벌·자본시장 ▲법률·내부통제 등 주요 전문분야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그룹 회장은 은행업 외에도 고른 분야에 대한 역량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연임 긍정 요소 ‘실적·해외사업·고객친화’
진 회장의 경영 성과는 연임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5175억 원으로 전년(4조3680억 원) 대비 3.4% 증가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도 3조474억 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반기 기준 3조원 돌파를 달성했다.
특히, 진 회장의 적극적인 해외사업 추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의 글로벌 순익 부문은 그룹 손익의 약 15%를 차지했으며, 이와 함께 진 회장의 글로벌 행보도 발빠르게 이어졌다. 지난해 5월 뉴욕 IR(기업설명회)에 이어 같은 해 11월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홍콩 IR 행사에 참석하는 등 해외 투자자 유치 및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환대출·가계대출 금리 인하 등 고객 친화 정책도 진 회장의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진 회장이 제시한 ‘고객 중심, 일류 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 슬로건과 함께 추진된 정책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주가 상승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등 계량적 지표 역시 양호한 편으로, 재무적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5월 금감원이 금융지주 CEO 경영승계 절차 조기 가동과 금융지주 회장 등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강화 방침을 공개한 만큼, 연임 심사 기준이 과거보다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진 회장의 경우 실적이 좋지만 1300억 원 규모의 사고와 내부통제 이슈가 새로운 잣대 아래 어떻게 평가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