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빅테크 CEO 첫 소집 “이용자 보호, 최우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국내 주요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소집해 이용자 보호 강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 역삼에서 네이버,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민) 등 5개 빅테크 기업 CEO 및 소상공인연합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용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IT 보안 강화 등을 논의했다. 금감원장이 빅테크 CEO들을 모아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빅테크 업체들도 다른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털 이용자, 이커머스 입점업체 등 다양한 경제 주체를 수익 창출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때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알고리즘 편향으로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3월 실시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 점검에서 중개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우선 노출되는 사례가 발견됐다"며 "알고리즘이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진정한 빅테크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위험 관리 체계 구축도 주요 의제였다. 이 원장은 "빅테크의 운영 리스크가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직 빅테크에 대한 국내 규율 체계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모기업과 자회사 등을 통합하는 위험 관리 및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해 실효성 있게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빅테크와 정기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지원 강화도 강조됐다. 이 원장은 "빅테크가 소상공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달라"며 "소상공인에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보다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가맹점 지원 확대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IT 보안 강화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의 전산 장애나 사이버 침해 사고는 막대한 국민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빅테크 대표들이 직접 책임지고 최고 수준의 IT 보안 체계를 갖추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빅테크 기업들에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등을 건의했다. 빅테크 CEO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고도화, 수수료 합리화, 입점업체 지원 등 현재 추진 중인 전략을 공유하며 상생 노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