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산은 회장 내정자, 조직 안정·정책 속도 시험대
첫 내부출신 수장 선임 구조조정·법부·준법감시 조직 강화 전망
한국산업은행(KDB)이 창립 이후 첫 내부 출신 수장을 맞는다. 정부가 박상진(63) 전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조직 안정과 정책 집행 속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정치적 논란과 혁신 조화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일(9일) 박 내정자를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산은 회장은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1954년 설립된 산은 역사상 내부 출신이 회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내정자는 1962년생으로 전주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산은에 입행해 2019년까지 약 30년간 재직했다. 재직 기간 중 기아그룹과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태스크포스(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구조조정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던 산업 구조조정부터 첨단 전략 산업 지원까지 산은의 핵심 업무를 실무로 경험해온 만큼, 주요 정책 과제를 빠르게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내부 출신 강점 부각, 조직안정·정책속도
이번 내정은 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회장이 선임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전까지 산은 수장은 대부분 재무부·금융위 출신 관료 또는 시장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가 맡아왔다.
산은은 공적 자산 매각, 첨단전략산업 투자, 대기업 구조조정 등 국가경제 핵심 과제를 다루는 정책금융기관이기에 금융시장·산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며, 때로는 민감한 정치적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양한 산업·자본시장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와 달리 내부 출신 수장은 조직 결속을 강화하고 현장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보다 유리하다. 특히, 내부 출신 회장이 산은의 조직 안정과 과제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만큼, 앞으로 시장 친화적 혁신과 외부 시각 도입도 함께 조화롭게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직 운영 관건, 정치 논란·혁신 균형
정치적 논란은 일부 관심 사안으로 꼽히지만, 산은은 안정적인 조직 운영과 정책 집행 속도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박 내정자가 대통령과 같은 중앙대 법학과 출신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산은 내부에선 정책금융 과제 수행이 조직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는 박 내정자가 실무 중심 리더십을 통해 구조조정과 정책금융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과 운용은 박 내정자의 임기 초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산은이 안정적인 자금 운용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민간·시장 간 조율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성과를 가를 핵심 요소다.
조직 개편 가능성도 주목된다. 박 내정자의 경력이 구조조정과 법부, 준법감시에 집중된 만큼, 해당 분야 조직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률·채권관리·리스크관리 기능이 확대되고 대기업·취약업종·채권단 협의체가 보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첨단전략산업 전담 조직의 신설·확대, 투자심사 절차 단축 등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승진에 따른 인사 파급효과도 관심사다. 산은 안팎에서는 “앞으로 내부 출신이 승진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반면, 외부 전문가 영입은 위축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HMM 매각과 해운·조선·철강 등 구조조정 현안, 산업별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추진은 모두 정책금융기관의 신속함과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박 내정자가 속도를 높이면서도 사회적 합의와 시장의 신뢰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울러, 정책 자금의 배분이 특정 기업이나 지역, 정치권과의 이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에 필요한 것은 안정된 내부 운영과 더불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라며 “박 내정자가 양쪽 균형을 어떻게 잡는지 여부에 따라 앞으로 산은의 중장기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