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매각 지연 불가피…영구채 부담

산은 “현재 영구채 모두 주식 전환” 매각 장기화, HMM 중장기 전략 수립 제약

2025-09-04     최정화 기자
한국산업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한국해양진흥공사(HMM) 매각 과정에서 영구채 전환 주식의 처리 방안을 둘러싼 인수 후보들과의 이견으로 본입찰 일정이 연기될 상황에 직면했다. 영구채에서 전환된 주식의 승계 문제가 매각 협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공적자금 회수’와 ‘국부손실 방지’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예정됐던 HMM 매각 본입찰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민간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위협받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HMM의 재무구조에서 약 3조원 규모를 차지했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2020~2021년 해운업 위기 당시 HMM에 총 3조5800억 원을 수혈했으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영구채 전환이 이뤄진 바 있다.

영구채 전환 이후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의 지분율은 양사 합산 71.69%까지 늘었다. 이에 과거 하림그룹 협상에서와 유사한 우려가 새로운 인수 후보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림그룹은 협상 과정에서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산업은행 측은 “현재 영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측은 하림그룹과의 협상 결렬 이후 보유 중인 영구전환 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된다. 

◆ 산업은행-인수 대상 이견 속 장기화 우려

전환된 주식의 승계 문제는 매각가 상승이나 협상 난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는 영구채에서 전환된 주식들이 HMM 전체 지분 구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매각 성사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수자가 이를 모두 승계할 경우 지분 희석 효과가 발생하고, 산업은행이 별도 처리할 경우 매각 대금에서 해당 가치만큼 차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새 본입찰 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시점이 제시되지 않아 매각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 지분 매각은 관계 기관과 충분히 협의를 거친 후 결정될 사항으로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HMM 관계자 역시 매각 관련해 “매각 여부는 정해진 바 없으며, 회사 경영 및 사업 환경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매각 관련 사항은 대주주 결정 사안으로 현재 임직원들의 동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HMM 측 입장과 달리 업계는 매각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HMM의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과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유 구조의 불확실성이 HMM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은 HMM에 투입했던 약 8조 원 이상의 공적 자금 회수를 목표로 한다. 동시에 HMM이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해 국내 해운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최적의 인수자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시장의 요구와 국부손실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국면”이라며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대형 국영기업의 매각 지연은 산업은행에 정치적·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