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사랑카드 ‘지역경제 활성화·관광’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2025-09-24     신용수 기자
기자가 영광군의 카드형 지역화폐 '영광사랑카드'를 한 상점에서 결제하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상점 방문하시는 지역민 대부분이 영광사랑카드를 흔하게 씁니다.”

 

지역화폐 취재를 위해 방문한 전라남도 영광군의 한 카페 주인이 기자에게 한 이야기다. 상점주의 말따라 영광군이 전남 지역 내 카드형 지역화폐가 가장 많이 보급됐다는 점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기자는 지난 8월 전국 지역화폐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영광군의 카드형 지역화폐를 신청했다. 애플리케이션 ‘그리고’에서 영광군의 카드형 지역화폐 ‘영광사랑카드’를 영업일 기준 4~5일 내에 무료로 실물카드를 받아볼 수 있다.

영광군은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관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광사랑카드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영광사랑카드는 휴대의 불편함과 80% 이상 사용해야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는 지류형 상품권의 단점을 보완했다. 현재 군내 카드 가맹점은 3030개소, 지류 가맹점은 2524개소에 달한다.

상시로 영광사랑카드 충전시 충전금액의 10%를 추가 충전해주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영광사랑카드에 20만원을 충전한다면 인센티브로 2만원을 추가 지급해 22만원을 쓸 수 있다. 대신 충전한도는 월 최고 50만원으로 연간 600만원 충전시까지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받는다.

실물카드는 IC카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에서 모두 사용해 사용이 편리하다. 실물카드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영광군의 지역축제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의 붉은 상사화(꽃무릇) 모양이 담겨있어 유려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기자가 발급받은 영광사랑카드.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의 붉은 상사화 문양이 새겨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영광군의 주요 관광지인 법성포와 불갑사를 찾아가 보니 영광사랑카드의 높은 보급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기자는 영광군의 유명 먹거리 ‘보리굴비’를 맛보기 위해 법성포의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출입구에 ‘영광사랑카드 활용처’라는 안내글이 적혀 있지 않아 상점 주인에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라는 답이 왔다.

상점 주인은 “관광객분들도 영광사랑카드를 쓰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관광객 외에도 지역주민분들도 영광사랑카드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영광군의 유명 식당이다보니 관광객들이 여럿 보였다. 특이한 점은 영광사랑카드 외에도 지류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관광객들이 종종 보였다는 점이다. 값싸게 지류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광군 내 한 카페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식사 후 방문한 카페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영광군의 특산품인 모시송편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카페에는 관광객 외에도 지역주민이 꽤 있었다. 카드나 모바일 페이가 익숙한 젊은 지역주민 외에도 나이가 지긋한 지역주민 몇몇이 영광사랑카드로 결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어서 9월 개최되는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지인 불갑사 인근 점포에서도 영광사랑카드를 통한 결제가 가능했다. 심지어 주유를 위해 들린 지역 주유소에서도 영광사랑카드 사용처임을 적극적으로 알릴 정도다.

영광군 관계자는 “어르신에게도 영광사랑카드를 통해 정책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현금으로 달라. 카드는 쓸 줄 모른다’라던 반응도 있었지만 2019년부터 6년간 영광사랑카드를 통한 지급이 이뤄지다 보니 익숙해져서 지역 내에도 보편화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에서는 지류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광군은 현금화 등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카드형의 빠른 보급을 시도했다. 이러한 정책이 유용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지역 내 소비 증대 및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라며 “농어민 공익수당, 민생경제회복지원금 등 정책수당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아 가계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지역 내 사용으로 자본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얻어냈다”라고 말했다.

영광군의 한 지역 주유소에서 영광사랑카드 사용처임을 알리고 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또 민생경제회복지원금을 비롯해 군에서 지원하는 각종 정책수당을 전액 영광사랑카드로 지급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영광군은 영광사랑카드를 통해 다양한 세대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혼장려금을 비롯해 ▲청년취업활동수당 ▲신생아양육비 ▲출산축하용품 구입비 ▲대학진학축하금 ▲다둥이가정 육아용품 구입비 ▲민생경제회복지원금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어르신부양효행수당 지원금 ▲농어민 공익수당 등 12개 사업에 대해 정책수당을 영광사랑카드로 지급하고 있다.

사용이 제한된 곳도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 유흥업종과 사행성 업종, 본사 직영 프랜차이즈점 등이다.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화폐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광군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영광사랑카드를 사용하려 했으나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영광군 홈페이지 내에 영광사랑카드 활용방법을 알리는 게시글. 사진=영광군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영광사랑카드가 타지역 지역화폐와 달리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대전광역시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금액 충전시 할인과 함께 결제시 추가적립을 하는 지역화폐 캐시백을 택하고 있다. 반면 영광군은 전남에서 비교적 관광지로 이름을 알린 곳임에도 선구매 할인방식만을 택하고 있으며 결제시마다 캐시백은 없었다.

이는 선구매할인과 결제시 캐시백의 혼합형태를 모두를 택할 경우 운영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광군이 광역시 등과 비교해 예산에서 여유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필요해 보인다. 지역화폐 발행에 필요한 할인(인센티브) 비용은 상당한 예산이 필요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영광군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 촉진과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써 자리잡기 위해서도 국비지원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 홈페이지, SNS, 전남 공공배달앱 ‘먹깨비’ 등을 통해 영광사랑카드를 홍보하고 있다”며 “정책수당 지급 시기에 맞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가맹점 등록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겠다”라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