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삼촌조카’ 이양구·나원균 경영권 분쟁, 9월 임시주총서 갈린다[재계포커스]
9월12일 임시주총 예정…새 이사진 선임 가능성 이양구, 브랜드리팩터링 지분 매각·경영복귀 시도 나원균 “왜곡된 자료로 악의공세…법적 조치 대응”
동성제약의 경영권을 두고 오너가의 공방전이 격화됐다. 삼촌 이양구 회장과 새로운 최대주주 ‘브랜드팩터링’이 힘을 합친 가운데 현 경영진인 조카 나원균 대표가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들의 경영권 분쟁은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다음달 12일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의 수 변경, 정관 삭제 등 정관 변경 ▲현 이사 해임 ▲신규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을 상정한다.
구체적으로 강승희·함영휘·유영일·허성회·이상철 등 사내이사 5명과 원태연·홍용건·이양구 등 사외이사 3명의 신규 선임이 포함됐다. 동시에 나원균 대표와 원용민 사내이사, 남궁광 사외이사에 대한 해임 안건도 함께 상정됐다.
이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동성제약의 최대주주인 브랜드팩터링이 제기한 임시주총 소집 신청을 인용하면서 이뤄졌다.
동성제약이 지난 5월에 경영 악화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임시주총 개최 일정이 잠시 지연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생절차가 개시됐더라도 이사·감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주총 개최가 확정됐다.
지난해 10월, 동성제약은 고(故) 이선규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이양구 전 회장이 물러나고 조카인 나원균 대표를 선임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다. 당시에 이양구 회장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경영 공백이 벌어지자 대표 교체는 불가피했다.
이후 이양구 회장은 지난 2월 회사 주식 70만여주를 나원균 대표에게 증여하면서 승계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양구 회장이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한 동성제약 지분 14.12%(368만4838주) 전량을 마케팅 전문 기업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외부에 표출됐다. 매매대금은 총 120억원으로 주당 3256원, 당일 종가(3820원)보다 14.8% 낮다. 해당 계약으로 이양구 회장은 2년간의 회장직 유지와 주식·경영권 재매입 권리를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원균 대표 측은 해당 건이 사전 협의없이 이뤄졌다며 즉각 반발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5월 7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임시주총 소집 저지에 나섰다. 또 나원균 대표는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해 브랜드리팩터링 지분 희석에 나섰다.
그러자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신주상장금지가처분 등으로 대응했다.
여기에 이양구 회장이 선임한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가 나원균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나원균 대표 등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579억원의 30.6%에 달하는 177억원을 횡령·배임했다는 혐의다. 이 때문에 동성제약은 거래정지 상태가 됐으나 이달 14일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거래는 정상화됐다.
다음달 열릴 임시주총을 앞두고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팩터링’, 나원균 대표 측은 장외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현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불법 유용해 주가 조작에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주가 조작을 지시한 텔레그램 내역 등 정황도 공개했다.
지난 20일 브랜드리팩터링은 “현 경영진이 회삿돈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질러놓고도 고의 부도를 일으키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자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에 따르면 나원균 대표 취임 이후 동성제약의 회사 자금이 오마샤리프화장품, 루맥스, 디엔앨커머스 등 관계사로 유출됐다. 선급금 등의 형태로 180억원이 해당 기업에 지급됐다는 것이다. 해당 자금은 운영자금이 아닌 동성제약의 주식 매매에 투입돼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또 브랜드리팩터링은 해당 관계사 대표들로부터 시세조종 지시 사실확인서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확인서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동성제약의 지시로 주식 및 코스피200 옵션거래를 수행한 것과 전일 종가 유지를 위한 주식 매매 지시도 반복적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원용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해 4월 16일 텔레그램을 통해 특수관계사 대표들에게 호가 조작 등 직접 거래 지시를 내린 내역까지 확인됐다고도 주장한다.
관련 주장에 대해 동성제약과 나원균 대표 측은 “해당 논란은 재판 과정에서 전부 기각됐으며 꼬투리잡기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이다.
동성제약은 21일 자사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현 경영진이 주가조작을 했다고 (반대 측은)주장 중이지만 법원 심리를 통해 전부 기각됐거나 인용하지 않았다”라며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사건은 법원에서 현 경영진의 직무 수행이 불법행위로 단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현 경영진에게 제기된 불법행위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텔레그램 내역에 대해서는 “맥락이 왜곡됐다. 시세조종 지시가 아니라 특수관계사들이 이양구 회장 재임시절 발생한 선급금을 회수 및 변재하라는 지시”라며 “불법 유출해 선물옵션 거래 및 주식매매에 사용한 주체는 이양구 회장과 측근들”이라고 반박했다.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팩터링, 나원균 대표가 임시주총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이는 동성제약의 지분이 다수의 소액주주로 이뤄져있어 표심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성제약의 지분율은 ▲브랜드리팩터링 11.16% ▲나원균 대표 2.88% ▲자사주 7.33% ▲기타 소액주주 77.65%로 집계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동성제약의 경영 안정성과 지배구조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법적 분쟁 등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