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2분기 식음료 업계 부진 속 빛났다
3.5% 증가한 영업익 623억원…매출 소폭 감소 내수 주류·음료 부진에도 수출 실적이 방어 증권가 “소비쿠폰·해외 성과에 3분기 실적 기대”
국내 식품·식음료 업계가 내수 침체로 올해 2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는 수출과 해외법인이 실적을 이끌면서 영업이익 향상을 이끌어냈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회사들이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식품업계는 올해 들어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요진작을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 원재료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저조했다.
그러나 삼양식품과 롯데칠성음료, 풀무원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3사의 공통점은 내수보다는 수출과 해외법인의 판매 등 글로벌 사업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롯데칠성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24년 2분기) 대비 3.5% 늘었다.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같은 기간 1.1% 소폭 감소했으나 이는 경영 내실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의 해외부문이 고성장하면서 실적을 이끌었다.
해외 부문의 2분기 매출은 4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무려 70% 증가한 358억원이다.
롯데칠성은 필리핀과 파키스탄, 미얀마에서 생산과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는 판매 법인만 운영하고 있다.
법인별로 살펴보면 보틀링(병입·원액키트를 활용한 제품제조) 사업 지역의 실적 향상이 눈에 띈다. 보틀링 사업이 큰 법인은 필리핀·파키스탄·미얀마 3곳이다. 롯데칠성은 펩시코와 계약을 맺고 해외 생산제조 법인에서 보틀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필리핀 법인(PCPPI)은 매출이 6.1% 증가한 3034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32.6% 늘었다. 롯데칠성은 2010년, 2013, 2018, 2020년에 지분 매수를 통해 필리핀 법인의 지분을 73.5%로 끌어올렸다.
미얀마 법인은 수입통관 문제를 해소하며 매출이 67% 급증한 344억원, 영업이익은 137.6% 늘어난 148억원을 기록했다. 미얀마 법인은 펩시콜라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비교적 마케팅 비용이 적게 소모됐다.
파키스탄 법인도 ‘펩시’, ‘스팅’, ‘마운틴듀’ 등 주력 브랜드 호조로 매출이 8.7%, 영업이익이 9.1% 증가했다. 롯데칠성은 하반기에도 병입(Bottler) 사업 지역 확대와 생산설비 확충 등을 통해 신흥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롯데칠성의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회사도 내수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음료 부문의 올해 2분기 실적(별도 기준)은 매출액 4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분기 음료 사업은 계속되는 내수 소비 부진과 비우호적인 날씨, 오렌지 및 커피 등 원재료비 부담, 고환율에 따른 대외환경 악화, 사업경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탄산, 커피, 생수, 주스, 스포츠음료 카테고리에서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음료 부문의 실적이 감소했으나 신사업으로 꺼내든 에너지음료는 선방했다.
롯데칠성은 에너지음료 부문에서 헬시플레저(운동과 식단을 통한 건강관리) 및 제로칼로리 선호 트렌드에 맞춰 2023년도에 선보인 ‘핫식스 제로’와 올해 1분기에는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해 단백질을 더한 '핫식스 더 프로’를 선보이면서 제품군을 확장했다. 그 결과 에너지 음료 부문은 전년 대비 매출이 4.8% 상승했다.
음료 수출은 ‘밀키스’, ‘레쓰비’ 등을 앞세워 러시아, 유럽, 동남아 등 50여개국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가 판매되며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주류 부문도 내수 침체의 영향으로 부진했다.
주류 부문의 올해 2분기 실적(별도 기준)은 매출액 1891억원으로 전년비 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비 8.2% 감소했다.
반면, 주류 수출은 미국, 유럽 시장에서의 ‘순하리’ 및 소주류 제품 중심으로 선전한 가운데 수출 실적이 전년비 5.9% 증가했다.
증권가는 롯데칠성의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아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원당 등 원재료 부담 완화에 따라 3분기 성수기 시즌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3분기를 기점으로 연간 상저하고의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자회사 이익 확대 등 중장기 모멘텀이 유효하다며 올해 연간 해외 자회사 영업이익은 7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85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해외 자회사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22.2%에서 올해 36.5%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롯데칠성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2130억원에서 2180억원으로 2.5% 상향 조정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외 자회사들의 성과 기여도 확대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을 전망한다”며 “7월 민생회복 소비 쿠폰 지급이 이뤄졌으며 롯데칠성의 실적과 관련이 높은 대중음식점과 편의점으로 약 28% 수준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하는 만큼 3분기에는 회복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 필리핀 법인의 경우 수익성 개선 프로젝트가 9월 종료되며 3분기까지는 약 5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 반영이 예상되나 전년 기저 효과로 해외 법인은 이익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칠성음료는 글로벌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부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회사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며 급성장하는 신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고자 생산능력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성장을 위한 보틀러 사업 지역 확대를 통해 글로벌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