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트럼프 정책과 금리 괴리, 장단기 금리차 확대 신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면서 주식시장도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기대치를 크게 밑돈 7월 미국 고용동향 발표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 전망이 크게 강화됐다. 이번 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를 거치면서 금리 인하 기대는 더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시장은 9월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연말까지 세 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2%대 중반까지 내려가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 시장 참여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할인율이 낮아진다는 점과, 경제에 부담을 주던 고금리가 완화된다는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이 기대가 ‘기준금리’ 자체보다 ‘시장금리’ 하락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가 돈을 빌릴 때 적용받는 것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변동은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어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지만, 두 금리가 매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미국 금리가 이러한 이례적인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현재 역전 상태에 있는 미국의 장단기금리(10년 국채금리와 기준금리) 차가 앞으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금리 흐름이 나타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금리는 그에 비례해 하락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 결과 미국 경제의 고금리 부담 완화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장단기금리차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1980년 전후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 대응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몇 년간의 금리차가 가장 낮았다. 지난해 금리 인하가 시작된 뒤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과거 변곡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향후 금리차 확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배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다.
우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미 본격 집행 단계에 들어섰고, 앞으로 중국 등과의 교역 일정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관세 부과는 고용과 경기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준금리 인하 압박 요인이 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장단기금리차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다. 트럼프 정부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을 통해 감세 추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집권 첫해인 올해는 관세에 집중하더라도,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된 시점에는 감세가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감세는 경기 부양 효과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재정 악화라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피할 수 없다.
미국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OBBBA로 인한 부채 부담이 3조4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트럼프의 관세 수입이 이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겠지만, 미 연구기관들은 이를 최대 80% 수준만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감세가 본격화되면 재정 악화는 불가피하다.
재정 악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재정 상황이 장단기금리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 국채 공급뿐 아니라 경기와 물가 기대와도 직결된다. 감세로 재정 악화 우려가 부각되면 장단기금리차는 확대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공화당에서 관세 수입 일부를 가계에 현금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계획이 실현되면 관세 수입으로 감세 재정 부담을 메우는 비중이 줄고, 재정 악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그 경우 장단기금리차 확대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정책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지만, 동시에 시장금리와의 괴리를 심화시킬 수 있다. 앞으로의 미국 금리 흐름을 볼 때 기준금리만이 아니라 시장금리와 장단기금리차 변화를 함께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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