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건전성 ‘비상’...금융당국, 듀레이션 갭 규제 검토
금리 인하·할인율 조정 여파...킥스 비율 200% 하회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클수록 금리변동 취약 갭 커지면 장기보험 판매 제한 검토
금리 인하와 할인율 현실화 방안 등으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자산과 부채 만기 차이) 축소를 위한 새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산업 건전성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한 뒤,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규제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기보험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듀레이션 갭은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의 평균 만기와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부채)의 평균 만기 사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장기 보험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 부채 듀레이션이 더 긴 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종신·정기보험뿐 아니라 건강보험 상품도 만기가 더 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금리 하락 시 보험사의 부채 가치의 상승 폭이 자산 가치보다 커져서 자본건전성이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보험사 자본건전성 지표인 새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218.3%에서 지난해 말 206.7%, 올해 3월 말 197.9%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데,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까지 낮췄다.
금융당국은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이 영향을 받는 데엔 자산·부채 듀레이션 구조에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자산부채관리(ALM)를 강화하는 규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다만,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건전성 TF회의에서 건전성 강화를 위한 새 규제 도입을 예고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보험사별 상황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손해보험사에 비해 부채 듀레이션이 길고, 자산도 재편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 단기간 내 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경과조치 등 완충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규제 시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