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淨見直球] ‘소탐대실’ 혹은 ‘Penny wise, pound foolish’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어버린다는 의미로, 짧은 이득에 집착하다가 장기적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고사성어다. 눈앞의 유혹에 빠져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치를 놓쳐버리는 것으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를 것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 혜왕은 촉나라를 정복하려 했지만, 촉으로 가는 길이 없어 직접 공격하기 어려웠다. 혜왕은 촉왕의 욕심을 이용하기로 하고, 보물과 비단으로 가득 찬 옥우(玉牛) 조각상을 우호 차원으로 선물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촉왕은 진나라의 계략이라는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나라 사신을 만나고 옥우 조각상을 받을 수 있는 길(大路)을 냈다. 진나라 군대가 촉을 쉽게 정복한 건 예상대로였다.
소탐대실이라는 단어는 바둑에서도 천금 같은 무게를 갖는 교훈이다. 작은 집(家)을 욕심내거나 소규모의 말(馬)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다가 대마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이 바로 이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을 연출하고 있다.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김문수가 대표적이다. 김문수는 대선 기간 후반부에 가는 곳마다 큰절을 하며 계엄을 사과했었다. 41%까지 득표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다시 본래의 그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당이 ‘윤 어개인’ 세력까지 다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 표로 당선을 노리는 듯하다.
김문수는 “자유 대한민국의 근간이 위협받는 위기에서 우리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당을 바로 세운다? 그는 전한길의 입당을 두고 당내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이미 당에 입당했고 입당 절차에 하자는 없다”며 전 씨 등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의 계산이 옳을까? 5% 정도 된다는 극단 세력이 국힘을 바로 세우고 당의 미래도 보장할 수 있을까?
김문수나 장동혁 등이 신경쓰는 ‘친윤’ 세력은 목소리가 커 이른바 ‘과잉대표’되고 있을뿐 그렇게 힘이 있는 집단이 아니다. 유감스럽지만 ‘친윤’은 이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친윤’을 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윤석열을 다시 대통령으로 옹립하는 쿠데타라도 일으키겠다는 건 아닐 것이고 도대체가 방향성이 모호하다. 윤석열은 지금 범죄 피고인일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시민 104명이 윤석열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를 계기로 추가 민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판부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대해 ‘위헌·위법’하다고 밝히며 “그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들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통령의 임무를 위배했다”고 질타했다. 상황이 이럴진데 ‘윤석열 어개인’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국민의힘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한길 입당과 인적쇄신 문제 등을 놓고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충돌했던 모습을 다시 연출하고 있다.
당내에서 소탐대실을 경계하고 나선 인사는 안철수와 조경태 정도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는 “극단과의 절연, 비정상에서 정상으로의 회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다시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길은 ‘해체 수준의 혁신,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뿐”이라고 강조했다. 전한길까지 안고 가야 한다는 김문수에 대해선 “‘친길’ 당대표가 되려고 하는 거냐”고 못마땅해 했다. 또 “김문수는 윤어개인, 부정선거, 계몽령을 옹호하는 사람들까지 당을 열어 수용하자고 했다”며 “혁신도, 극단세력과의 결별도, 어느 것 하나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역시 당대표 경선에 나선 조경태는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극우·극단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 우리 당은 해체 수준에 놓여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국민들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감한 인적 청산만이 국민의힘이 다시 사는 길”이라며 “당과 보수 진영을 위기에 빠트리고 여전히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 당내 구태세력들을 읍참마속하지 않으면 우리 당과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친윤 등 당내 구주류를 겨냥한 것이다.
국힘은 다음달 22일 충북 청주시 청주오스코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의로움도 도덕도 책임과 의무도 다 팽개치는 국힘 친윤 당권 도전자들, 이들은 사실 친윤도 아니다. 그들이 옥에 있는 윤을 도울까, 정치판에서 무슨 의리 얘기하지만,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얘기다. 결국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바로 내팽개칠 것. 길이 아니면 가지말라 했던 선인들의 가르침이 무색하다. 우리 교육이 잘못된 걸까? 인간교육의 실패에서 온 귀결이다.
국힘내의 소탐대실이 옳은 것을 추구하다 일어나는 일이라면 박수를 보낼 일이다. 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합세하는 것은 패륜이다. 그 자체로 악의 무리가 되는 것이다. 생계형 극우? 유트브 수익? 후원금? N번방 사건을 왜 처벌하나?
똑 같다. 의기양양해 마이크를 잡고 목청을 돋우는 무슨 강사 어떤 목사라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봐라, 이게 정상인 나라의 정상적인 모습인가. 나라가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요승’이 나오고 ‘법사’가 발호하고 ‘선지자’가 설치고---그러면 나라는 거덜난다. ‘듣보잡’이 온 나라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다 놨다 해도 질타는커녕 박수를 치는 ‘정상배’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지적 자존심도 없고 인격적 우월도 없다. ‘무지랭이’들의 하수인이 된 지 오래다. 얄팍한 계산이 그들을 맹목(盲目)으로 만들었다.
소탐의 결과다. 한줌의 ‘무식한’ 표. 그래서 적지 않은 학자들이 1인1표라는 표의 등가성에 회의를 가졌던 것인가. 절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그 책임은 바로 이들을 질책하고 멀리하지 못하는 말자(末者)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들의 어리석음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바로 대실(大失)이다. 본인과 국가 모두에게 대실이다.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나라의 기강이 흐트러진 3류 국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정치권, 특히 국힘 친윤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고 민주화 운동으로 정치인이 됐다는 김문수의 정체성은 뭔가. 전광훈 전한길이 그의 정신적 지주인가? 세월이 무섭다는 것, 늙음이 죄라는 걸 느끼게 된다. 안타까움을 넘는 연민이 따른다.
영국 사람들도 소탐대실을 경계했다. ‘페니 와이즈 파운드 풀리쉬’(Penny wise, pound foolish). 동전 하나를 탐하다 그 1백 배인 파운드를 잃는다는 경구다. 한 줌도 안 되는 ‘반탄’세력의 표를 얻고자 절대다수인 국민적 지지를 외면하는 어리석음, 의롭지 않은 퇴행을 보는 시민들의 눈이 피곤하다.
필자는 이 칼럼 전회에서 국힘이 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마찬가지다. 국힘 지도부, 또 그 성원들이 제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일반, 생각있는 절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여러분들이 그토록 원하는 배지, 유권자들의 표! 적은 것을 탐할 것인가, 큰 것을 잃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