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10월에 미국 현지 생산시설 인수 추진”

2025-07-29     신용수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셀트리온은 미국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입찰에서 글로벌 기업 두 곳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앞두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셀트리온이 인수를 추진 중인 공장은 미공개 글로벌 의약품 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원료의약품(DS) c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 시설로, 미국 내 주요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시설은 수년간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주요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왔다.

해당 공장의 피인수 기업명을 포함한 관련 상세 내용은 양측간 협의에 따라 오는 10월 초로 예상되는 본계약 체결 시까지 비공개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공장 인수 및 운영에는 700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이라며 “미국 관세 범위에 따라 증설할 경우 추가로 3천억∼7천억원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달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본계약을 추진한다고 하면 미국 정부 승인까지 거쳐 연내 해당 시설을 100%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금 조달은 자체 조달과 금융기관 협조가 병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4분기 공장 경영을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셀트리온 제품이 병행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인수에 따라 매출 5조 등 목표는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유지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서 회장은 공장 인수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미국에 백지상태로 공장을 짓는 것보다 경제적, 기간적 측면에서 인수가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 제품을 '메이드 인 USA'(MADE IN USA·미국 제조)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준비를 마쳤다”며 “시간을 벌기 위한 재고도 2년 치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해당 공장은 좋은 인력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인수를 통해 미국 관세 리스크를 해결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서 회장은 이번 투자가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와는 무관하다며 “CDMO 관련 투자는 미국 관세 정책이 좀 더 명확해지는 시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셀트리온홀딩스가 다음 달 5일부터 2500억 규모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할 계획이 있다고도 전했다.

셀트리온은 확정 실사(Due Diligence) 이후 공장 인수가 마무리되면 미국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세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2년 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CMO(위탁생산)사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관세 위험 헤지의 근본적 해결책인 현지 공장 인수까지 완료해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최종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주력 제품들을 현지에서 바로 생산할 수 있어 해당 제품들에 대한 의약품 관세를 피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해당 cGMP 시설의 50%는 CMO 계약을 통해 피인수 회사의 바이오의약품을 5년간 독점 생산할 수 있어 인수 후 바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투자금 회수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잔여 50% 시설에서는 미국 내 판매 중인 셀트리온 주요 제품들을 생산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의약품 판매 추이와 신규 제품 출시 타임라인 등을 고려해 곧바로 추가 증설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까지 생산 캐파 확장이 가능하다. 현지 생산 캐파 확대를 통해 현지 시장 대응력을 키우는 한편, 미국에서 판매될 후속 신규 제품군도 일찌감치 관세 영향권에서 탈피시킨다는 전략이다.

향후 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원료의약품은 물론 완제의약품(DP) 및 포장 물류 거점까지 미국 내 공급되는 의약품 생산 전(全)주기 과정을 현지 공장에서 소화하게 될 것으로 셀트리온은 기대했다.

셀트리온은 이미 현지 판매망 구축을 완료한 상태라며 직접 제조에 따른 원가 개선은 물론 물류비 절감까지 실현할 수 있어 원가율 감소에 따른 경쟁력 강화도 예상했다.

셀트리온은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중심인 미국 시장에서 연구, 생산, 판매 모두를 아우르는 이상적인 현지 사업 생태계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확보하는 셈이라며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가장 빠르게 헤지하는 국내 첫 바이오제약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획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이번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면 경제성과 사업성을 갖춘 최적의 시설을 미국에서 확보하게 돼 최단기간 내 미국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전망"이라며 "미국에서 판매 중인 주요 제품들의 점유율 가속화를 이끌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기회를 살려 퀀텀 점프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