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코퍼레이션, 400억 CB 또 조달…최대주주 우회 참여
코스닥 상장사 하이퍼코퍼레이션(065650)이 전환사채(CB)를 통해 또다시 400억 원을 조달하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앞서 회사는 25일 제15·16회차 전환사채 납입이 전액 완료됐다고 밝혔다. 해당 CB엔 앞서 6월 최대주주에 오른 패트릭 유시앙 수(Patrick Yuhsiang Su)가 자신의 개인 회사를 동원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지분 취득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CB는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6% 조건이다. 발행 1년 후부터 매달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이 부여돼 사실상 투자자에게 손실 없는 구조를 제공하며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가치는 크게 희석될 우려가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1856원이며, 전환 시 15회차와 16회차 각각 약 538만 주씩, 총 1077만5862주가 새로 발행될 수 있다.
◆전체 주식의 103% 이상 전환 가능 물량…기존 주주 지분 가치 희석
이미 발행된 13·14회차 CB의 전환 가능 주식 수를 합치면 최대 1381만여 주가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앞서 4월 감자 후 줄어든 발행주식 수인 1333만여 주를 초과하는 규모다. 전체 지분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식 수 증가율은 103.6%에 이르며,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CB 발행의 반복성과 자금 용도다. 회사는 앞선 CB에서도 유사한 구조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조달 자금 400억 원 중 390억 원은 ‘기타자금’으로 편성됐고, 세부 용처로는 단순히 ‘신사업 개발 등’이라는 애매한 문구만 명시됐다.
나머지 10억 원은 인건비 등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실질적인 사업성과나 수익모델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적인 CB 발행이 자칫 주가 유지보다는 단기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CB 인수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회차 CB 투자자는 싱가포르의 유한회사 ‘케이스트래티지 홀딩스(KStrategy Holdings Pte. Ltd.)’, 16회차는 국내 신설 조합 ‘버덴트아우룸1호 투자조합’이 각각 인수했다.
특히 KStrategy Holdings는 앞서 6월 회사의 최대주주에 오른 패트릭 유시앙 수(Patrick Yuhsiang Su)가 지배하는 개인 회사 ‘B디지털오프홀딩스(BDIGITALOF HOLDINGS LIMITED)’가 10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가 CB 투자…기업 지배구조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
CB 투자자 명의로 최대주주가 우회 등재한 사례는 최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이러한 방식은 실제 경영권 지배자가 누구인지 숨기면서 외부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투자자들은 공식 공시상 최대주주 정보를 신뢰하고 의사결정에 참고하지만, 실질적인 지배구조가 왜곡될 경우 주주 권리 보호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해당 법인은 최근 결산기 재무제표가 없으며, 상장사 CB를 인수한 배경과 자금 출처 등 투명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버덴트아우룸 역시 설립 초기 단계로,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조합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투자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디지털 자산 기반의 ‘트레저리 전략’을 표방하며 사업 전환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이번 자금 조달은 단순한 운영자금 확보가 아니라 장기적 기업 정체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최대 디지털 자산 운용 상장사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CB 발행 자금 조달…실적 개선은 ‘묘연’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가 반복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도 아직 가시적인 실적 개선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올해 1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189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 적자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함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재무개편 차원에서 무상 감자까지 단행한 상황이다.
고이율, 고희석 CB 구조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주가 하방 압력은 불가피하며, 중장기 투자자들의 이탈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소액주주 입장에선 아무런 대응 수단 없이 자본 희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앞서 6월 말 최대주주가 FSN에서 신설 법인인 파나틱 스태리티직 홀딩스(FANATIC STRATEGIC HOLDINGS PTE. LTD.)로 바뀐 상황으로 대표이사로 패트릭 유시앙 수가 이름을 올렸다. 패트릭 유시앙 수는 6월 27일 147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하이퍼코퍼레이션 주식 578만 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