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대통령 지적에 ‘야근 8시간 제한’ 전면 도입

2025-07-27     한경석 기자
SPC본사. 사진=연합뉴스

SPC그룹이 장시간 야간근로를 없애기 위한 생산시스템 개혁에 착수한다. 반복된 산업재해와 이에 따른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지적에 즉각 대응한 조치로,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SPC그룹은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야간 생산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포함한 전면적인 생산 구조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앞서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산업재해 간담회 직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SPC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사망 사고 3건 모두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다”며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12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 (이처럼 야간 장시간 노동을 하게 만드는) 저임금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SPC그룹은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근무 형태 전반과 생산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작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룹은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에 나서는 한편, 생산 품목과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을 통해 공장 가동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줄이고,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SPC는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 1일부터 개편안을 전면 시행한다. 또한, 이번 조치가 안정적으로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의 지속적인 협의는 물론, 근무제 전환 과정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 및 매뉴얼 정비도 추진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근무 형태는 물론 생산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적 개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개선과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반복되는 야간 근로 중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정부의 압박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자신이 산업재해 피해자임을 언급하며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이들이 많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건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SPC 사례를 시작으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단초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PC는 지난해 10월 15일과 올해 5월, 시화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협착 사망 사고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사고 시간대가 모두 새벽이었고, 교대 직후 발생한 점에서 근로자의 피로 누적과 야간 집중력 저하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정부와 SPC그룹 모두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SPC그룹의 이번 결정이 식품업계 전반의 생산 환경 개선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