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fps] 구멍 난 얼굴과 살아남은 자들

23일 개봉

2025-07-17     김영재 기자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전지적 독자 시점 / 116분 42초 / 15일 언론배급시사회 / 메가박스 코엑스

로그라인 소설의 재난이 현실이 되고, 결말을 아는 애독자만이 이를 되돌릴 수 있다. 《리뷰》 작가 피에르 위그의 ‘리미널’(2024-진행)에는 얼굴 없는 인간이 등장한다. 주변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선과 동선이 바뀌는 존재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도 이런 무면인無面人이 나온다. 미처 첫 스테이지를 깨지 못한 사람들. 얼굴에 구멍이 나는데, 이 모습이 그 형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전시에서도 영화에서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도기적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게임의 영화화’를 추구한다. “무료 서비스가 종료됩니다”라는 지하철 안내 방송, “이거 어떻게 깨는지 안다”는 김독자안효섭 분의 대사, 체력과 민첩성을 코인으로 구매도 한다. 관객은 독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성장의 대리 만족을 흠뻑 누린다. 장르의 톤은 일정치 않다. 레이저에 머리가 뚫려 쓰러지는 승객, 점프 스케어로 등장하는 괴물, 팔뚝만 남은 환영의 손, 괴수를 구워 먹으며 웃는 악인까지. 영화는 액션에, 아울러 공포까지 그 모두를 수행하려 든다. 이런 짬뽕식 구성에 혼란스럽지만, 원작 웹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이번 한 편에 담기 위한 영화적 전략이겠다. 결말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귀결되나, 불행 중 다행으로 클라이맥스 전투 시퀀스가 그 밀도가 고도로 유지된다. 전작인 ‘PMC: 더 벙커’(2018)에서 추락 시퀀스로 비범함을 증명했던 김병우 감독. 그때 그 연출력이 이번에도 일정 부분 발휘된다. 위그가 ‘리미널’에서 관객 개입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시를 실현했다면, 김 감독은 원작이라는 데이터 위에 자기만의 변수를 더해 작의 마지막을 조율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