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淨見直球] 아! 국민의힘이여!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이라고 경멸한다.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정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에게 짐이 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국힘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1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지지율이 20%마저 무너진 것이다. 7~9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45%)에 26%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양당 격차는 국민의힘(19%)과 개혁신당(5%) 격차보다 컸다.
“김문수 찍었다 아입니까. 그칸데 지금은 국민의힘이 확 자빠져 빨리 망해 뿌렸으면 좋겠심더.” 보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TK) 민심의 일단, 동아일보의 보도다.
2020년 7월 NBS가 시작된 이래 국민의힘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20%대 지지율이 무너진 건 양당 구도마저 흔드는 심각한 수치.
세부 지표는 국민의힘에 더욱 암울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밀렸고, 특히 보수세가 강한 7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 42%, 국민의힘 29%로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열세를 보였고, TK 마저도 민주당 28%, 국민의힘 31%로 엇비슷했다. 이 정도 수치면 대구-경북 주민들이 무슨 채소는 아니지만 TK 지역을 국힘의 ‘텃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도 전국지표조사와 대동소이하다. 한국갤럽은 “국민의힘 지지도가 20%를 밑돈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문의 대구 현지발 보도는 국힘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잘 보여 준다. 대구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30여 년을 찍어줬는데 이게 뭐냐. 진짜 열받아서 못 살겠다”며 “요즘 국힘 ‘꼬라지’를 보면 더운 날씨보다 더 열받는다. 예전엔 그래도 그냥 국민의힘 찍자는 말이 통했지만, 요즘은 왜 찍어야 되냐는 불만이 상인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고 전했다. 경북 포항에 사는 40대의 주부는 “국민의힘은 더 망해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며 “진정한 보수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고, 다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 같다. 내년 선거 때 두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TK 지역 의원도 “우리 당에 대해 지역 민심이 지금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 수준”이라며 “TK는 계속 우리 당에 지지를 보낼 거라는 안이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그 답은 여러 말이 필요없다. 국힘이 윤석열과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결과다. 지난 14일 출범한 ‘리셋’코리아 국민운동본부가 좋은 예다. 윤상현이 주최한 이 모임에는 당 지도부와 ‘친윤’, ‘윤 어개인’을 외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리턴’코리아 국민운동본부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니들이 아직 배가 덜 고팠구나” 새로 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윤희숙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요즘 밖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국민의힘 그렇게 할 거면 문 닫아라’라는 소리다. 들을 때마다 뼈아픈 소리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 당의 혁신 눈높이가 문을 완전히 닫았다가 다시 여는 수준으로 당의 의사 결정 구조와 체질, 관습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이 이름 빼고 다 바꾸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다시 얻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국힘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윤석열을 손절(Loss Cut)하면 된다. 그리하면 길이 보이고 처방이 나온다. 인적 손절과 정신적 손절 둘 다 필요하다. 이걸 못하니까 목 비틀린 풍뎅이처럼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돌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지금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당을 다시 죽는 길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탄핵의 바다 속으로 아예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의 0순위다” 윤희숙의 진단과 처방이 날카롭다.
‘윤희숙 혁신위원회’는 최고위원을 없애고 당 대표 중심의 지도 체제로 전환하는 ‘2차 혁신안’도 발표했다. 관측통들은 그러나 지금 국힘은 방전된 배터리와 같다는 윤희숙의 혁신위가 순항할 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당내의 어깃장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동혁은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 자리에 앉는 사람마다 사과할 것인가”라며 “더 이상 절연할 것이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인가”라고 혁신위를 비난했다. 나경원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이라며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고 야당의 본분은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당내 구성원들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데 따른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소위 ‘언더 찐윤’이라는 인사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자신들의 기득권과 안전보장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윤 어개인’ 어쩌구 하더니 ‘언더(under) 찐윤’은 또 뭔가?
국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김상욱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는데 수면 아래 국힘의 실세 그룹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본인들 이름이 지상에 오르내리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는 이들은 대구·경북, 부산·경남, 울산, 강원 지역 출신으로 그 숫자는 20∼30명쯤 된다고 한다. 이들의 협조 없이는 원내대표 같은 핵심 당직을 맡는 게 어려운 게 현실.
당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권영세·권성동 ‘쌍권’이 아니라 이들이다. 당내에선 “우리 당이 반성도, 쇄신도 어려운 것은 실제로 당을 움직이는 사람은 숨어서 책임을 피하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물밑에서 암약한다는 뜻으로 언더라는 말을 동원한 것 같다. 새 혁신위원장을 두고도 당 안팎에서 보는 시선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이유가 그 지점에 있다.
안철수 가 인적 쇄신을 추진하다가 물러났던 것처럼 “친윤계가 ‘정해놓은 선’ 안에서만 혁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안철수는 “찐윤 세도정치는 이제 완전히 막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동 김씨 가문이 허수아비 왕을 세우고 뒤에서 조종한 조선 후기 세도정치에 비유한 것이다.
국민 여망은 뭘까. 국힘이 이대로 망해 없어지길 바라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국힘은 먼저 윤석열을 손절해야 한다, 그는 지금 2평 남짓의 감방에 갇혀 있는 범죄자 신분이다. 법정 최고형이 선고될 것이란 예상들이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 그를 추앙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아스팔트 위의 태극기는 한 줌의 ‘무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슨 무슨 목사니 강사 둥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물 안 개구리 의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영남당? 이건 아니지 않는가. 여론조사도 여실히 그걸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언더 찐윤’은 대오각성, 환골탈태하거나 사라져 줘야 한다. 이들이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발호하는한 국힘에 미래는 없다.
국힘의 영어 당명은 <People Power Party>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국힘이 분골쇄신해서 국민의 ‘짐’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 되길 염원한다. 나라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줄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확 자빠져 빨리 망해 삐리는 일”은 누구도 원치 않는 국가적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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