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 인기 연금보험 돌연 중단…그 배경은
16일 오후 6시까지만 판매 높은 환급률·비과세 혜택에 조기 마감
KB라이프생명(대표이사 정문철)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연금 보험 상품을 출시 45일 만에 돌연 판매 중단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는 지난달 초 출시한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을 16일 오후 6시까지만 판매한다고 내부 영업 채널을 통해 공지했다.
이 상품은 장기 보유 시 환급률이 높아지는 구조로 설계돼 영업 채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5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계약 10년이 지난 시점에 해약환급률은 130%에 달한다. 여기에 연금 개시 시점엔 130%에 매년 2%를 더한 금액을 제공한다.
예컨대, 월 100만원씩 5년을 납입하고, 5년을 거치한 시점에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은 원금 6000만원의 130%인 7800만원이다. 해지하지 않고 10년 뒤 연금 개시를 한다면 150%(9000만원), 20년 뒤 170%(1억200만원)로 늘어나는 방식이다.
환급률뿐 아니라, 공시이율과 상관없이 보증 이율(계약자에게 보장하는 최소한의 이자율)을 제공한 점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KB라이프 상품 설명에 따르면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보증형)의 10년 시점 보증 환급률은 120%으로, 자사 100세만족 연금보험(연금강화형)에 비해 11.4%p 높게 설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상품은 높은 환급률과 무심사,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가입자들이 몰렸다”며 “KB라이프에선 예상외로 대량 판매돼 가입을 중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판매 중단이 새 회계제도인 IFRS17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IFRS17에선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보험이 보험사 핵심 수익 지표인 보험서비스마진(CSM)에 낮게 산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채로 인식돼 자본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KB라이프는 종신보험과 저축성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올해 KB라이프는 2월 미니보험인 대중교통보험을 비롯해 4월엔 딱좋은 요즘건강보험, 지난달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 중이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중에 종신보험 외에도 경쟁력 있는 연금보험을 계획하게 됐다”며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계획된 판매량을 초과하면서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