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혁신 43년]② 고객·디지털·ESG…'신한 DNA', 패러다임 바꾸다

2025-07-08     이정흔 기자
신한은행 사옥.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은행이 창립 43주년을 맞았다. 1982년 국내 최초 민간은행으로 출범한 신한은행은 금융 소외 계층을 향한 실용적 금융에서 시작해 디지털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리딩뱅크’로 발돋움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신한은행의 발자취를 짚어보고 대한민국 금융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출범 초기 ‘고객을 찾아가는 은행’으로 시작한 신한은행은 지난 43년간 고객 중심 리테일 전략부터 AI 기반 디지털 전환, ESG 실천과 글로벌 확장까지, 금융권 ‘최초’의 혁신을 이어오며 업계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1980년대 초반 신한은행이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 은행은 관료 조직처럼 딱딱한 분위기였고, 고객 서비스는 뒷전이었다.

신한은행은 달랐다. 자본금 250억 원, 점포 3곳, 임직원 279명으로 시작한 ‘작은 은행’ 신한은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고객 중심’에서 찾기 시작했다.

◆고객을 먼저 찾은 은행, 리테일 혁신의 출발점

점포를 찾은 고객에게 전 직원이 일어서 인사를 건네는 문화부터 시작됐다. 창구에서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시장 골목을 돌며 동전을 바꿔주고 계좌를 유치하는 ‘발로 뛰는 영업’도 신한은행이 최초였다. 당시 타 은행들이 “은행 망신 다 시킨다”고 비난할 정도였지만, 이 과감한 실천은 설립 4년 만인 1986년 10월 총수신 1조 원 돌파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후 1994년 10조 원, 2005년에는 50조 원을 넘어서는 거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신한은행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은행’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중 고객만족경영(CSM)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은행도 신한이다. 신한은행은 1991년 본점에 ‘신한고객종합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연중무휴 고객응대 시스템(OK폰)을 가동했다. 이는 금융권 최초의 CS 전담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1993년 '고객만족센터'로 개편하며 고객 중심 경영을 본격화했고, 1994년에는 국내 은행권 최초로 공식적인 고객만족센터 운영을 시작한 은행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 옴부즈만 제도, 고객 자문단 등을 운영하며 고객 불편을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전용 ATM, 청각장애인을 위한 ‘글로보는 상담 서비스’,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 체계 등 배리어 프리 금융 실현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 텔레뱅킹에서 AI까지…비대면 혁신 이끈 디지털 전환

고객을 향한 신한은행의 혁신은 오프라인 점포를 넘어 비대면 채널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기존의 서비스 철학을 기술로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1991년 8월 국내 최초 PC뱅킹 서비스(온라인 계좌조회)를 개시한 데 이어 1993년 10월에는 국내 첫 무인점포 ‘365일 바로바로코너’를 선보이며 점포망의 한계를 기술로 보완했다. 점포 수가 부족하던 시절, 신한은 기계로도 고객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1994년에는 국내 최초로 텔레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며 비대면 금융의 문을 열었다. 이어 1999년 7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뱅킹과 사이버론(온라인 신용대출) 서비스를 시행해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술 기반의 고객 접근 전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해 ‘생활 금융 플랫폼’ 실험에 나섰고, 최근에는 화상상담 서비스, AI 은행원, 챗봇 기반 상담 등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정교해진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모바일 앱 ‘쏠(SOL)’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923만 명에 달한다. 신규 수신 거래의 72.6%, 여신 거래의 55.5% 이상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힌 것은 물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애는 기술적 연결성을 완성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2023년 금융권 최초로 GPT 기반 통합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고, AI 플랫폼 ‘AI ONE’과 연동해 실시간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 경영을 고도화하고 있다. 노코드 마케팅 도구 ‘AI 스튜디오’, 초개인화 서비스 ‘AI 홈’, AI 은행원·챗봇·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등도 전 영업점에 확대 적용 중이다.

◆ 글로벌 리딩 뱅크를 향한 도전…현지화와 ESG 혁신의 결실

신한은행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동력은 바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다.

재일동포의 뜻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의 민간자본 은행인 만큼, 글로벌 진출은 신한은행의 숙명이자 설립 초기부터 지향해 온 성장 비전이었다. 이러한 뿌리는 오늘날 ‘글로벌 리딩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신한의 혁신 전략에 깊이 연결돼 있다.

신한은행은 2009년 일본에 국내 최초 현지 법인인 SBJ은행을 설립했고, 이후 베트남·캄보디아·인도·미얀마 등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 지역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2025년 현재 신한은행은 20개국 166개 해외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10개 국가에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2024년에는 해외법인 10곳이 모두 흑자를 기록했으며, 합산 순이익은 5,720억 원,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전체의 약 20%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성과는 국내 4대 시중은행 중에서도 해외 부문에서 가장 돋보이는 결과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플랫폼 + α 전략’을 통해 단순히 지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맞춤형 서비스·디지털 인프라·기업금융(CIB) 확대를 병행하며 ‘한국형 글로벌 은행’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신한은행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리더십을 위한 ESG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하고, 2008년 UN 글로벌 콤팩트(UNGC)에 가입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국제 원칙을 이행해 왔다. 이후 녹색대출, 탄소중립 금융상품, ESG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환경 대응 금융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ESG Fact Book과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관련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사회공헌 측면에서도 ‘신한어린이금융체험교실’, ‘숭례문 오디오가이드’, ‘아름다운은행 포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대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ESG를 단순한 전략이 아닌 ‘금융의 기본값’으로 설정,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준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정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