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 대기발령 메일 발송 후 20분 만에 출입증 회수…“노동법 위반 여지 커”
구조조정나선 코인원, 직원 4명에 대기발령 조치 당사자 인지·대기발령 사유·향후 절차 안내 등 미흡 “규제환경 맞춰 최소한 범위 내 조직 체질 개선 중”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점유율 3위권인 ‘코인원’이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그 절차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직원 4명에게 자택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서면이 아닌 이메일을 보낸 후 20분 만에 출입증을 회수하는 기습 조치를 내리면서다.
9일 파이낸셜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코인원은 지난 5월부터 권고사직을 개시하고 있다. 권고사직 대상자에게 2~3개월 임금을 위로금으로 제공하는 등 각자마다 다른 조건을 제안했다.
특히 코인원은 지난 4일에 권고사직에 불응한 직원 4명에게 자택 대기발령 조치를 이메일으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인원은 자택대기 대기발령 이메일을 통해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신규 직무 부여를 판단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발령은 7일부터 시행되며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신규 직무 부여 판단을 위한 기간으로 자택에서 대기해 달라”고 밝혔다.
또 취업규정에 따라 자택대기 기간 중에는 평균 임금의 70% 지급, 복리후생 적용 중단을 알렸다.
문제는 코인원이 직원들에게 대기발령 메일을 지난 4일 오후 4시 40분에 보내면서 20분 뒤인 오후 5시에 회사계정(메일, 사내 시스템) 사용 중단과 회사 자산(노트북, 출입용 키카드) 반납하도록 조치했다는 점이다.
대기발령은 회사의 경영 사정이나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 등으로 인해 근로계약은 유지하면서도 일정 기간 직위나 직무를 부여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대기발령으로 인해 직장 내에 지위나 업무 수행에서 불안정한 상태를 겪을 수 있다. 대기발령 조치를 겪은 근로자는 근로계약의 불안감 등으로 퇴사를 선택하기가 쉽다.
이 때문에 기업은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기 전 근로자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불안을 최소화하는 형태를 주로 택한다. 사측과 근로자 간 분쟁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대기발령 조치를 서면이 아닌 이메일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메일을 통한 대기발령 조치가 노동법상 위법행위는 아니지만 당사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와 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기발령은 단순 통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그 내용을 인지하고 수령한 시점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자 등을 통해 대기발령이 이뤄진다면 근로자의 수령증명이 불분명해 법적 다툼이 가능해진다. 대기발령 조치가 서면으로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의 ‘인사노무관리 매뉴얼’과 지방노동위원회 ‘부당전직·부당대기 관련 실무사례집’에서도 “대기발령 통보는 서면 또는 대면 방식이 원칙이며 문자·이메일 등 비대면 방식은 근로자의 수령 및 인식이 확인돼야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코인원은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근로자에게 대기 중 업무, 업무 재배치 예정 여부나 평가 방식 등을 통보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해고로 볼 수 있어 부당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이메일 전달 후 20분 뒤에 회사 계정 중단과 자산 반납을 진행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사자가 제대로 인지를 못 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를 제보한 코인원 직원 A씨는 “비개발직군을 중심으로 사실상 권고사직에 가까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대기발령을 명하더라도 직무 변경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야만 했다”라며 “서면도 아닌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당사자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계정 중단과 회사자산 반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신규 직무를 부여한다고 하는데 직무 이동을 위해서는 당사자가 어느 직무에 맞는지 교육이나 적성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메일로 대기발령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코인원의 다소 무리한 구조조정의 배경을 두고 매각 전에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코인원의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가 본인이 보유한 지분을 타사에 매각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성공적으로 매각을 위해 회계상의 지표를 조정하고자 인력 구조조정이 선행됐다는 의미다.
현재 코인원은 차명훈·이성현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차명훈 대표는 대외활동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지난 2월 선임된 이성현 대표가 인사, 재무, 리스크관리 등 조직 전반을 총괄하는 형태다.
한편, 코인원은 매각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한 인력감축을 통한 매각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보다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조직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