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일선 퇴진'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 복귀 위해 콜옵션 던졌나

오너가 삼촌 이양구·조카 나원균, 경영권 분쟁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 경영진 횡령·배임 고발 동성제약 “사실관계 무시한 주장…단호히 대응”

2025-06-30     신용수 기자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 사진=동성제약

68년 역사의 동성제약이 기업회생과 경영권 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경영에서 물러났던 오너가 2세 이양구 회장이 복귀를 위해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이 포함된 지분거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약 177억만원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30.6%에 달하는 규모다.

또 동성제약은 고찬태 감사가 지난 24일 나원균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2명 등 경영진 3명을 대상으로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측은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와 회계적 실체를 무시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동성제약은 “이번 고소는 회사의 단순 선급금 계정과목의 특정시점의 합산액을 전부 횡령 배임액으로 고소한 사실관계와 회계적 실체를 무시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 측이 주장하는 ‘177억 원 횡령’은 실제 회계자료와 차이가 있다”며 “이는 나원균 대표 취임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거래 내역을 단순 합산한 수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동성제약은 지난달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지난 23일에는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잘 알려진 제약사다. 유명세와는 달리 최근 5년간 실적은 꾸준히 악화됐다. 동성제약의 매출은 ▲2019년 865억원 ▲2020년 877억원 ▲2021년 844억원 ▲2022년 933억원 ▲2023년 885억원으로 성장세를 멈췄다. 영업손실도 ▲2019년 75억원 ▲2020년 36억원 ▲2021년 53억원 ▲2022년 31억원으로 적자행진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매출 884억원, 영업적자 6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오랫동안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올해 들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9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총계도 9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늘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동성제약은 리더십 교체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나원균 대표가 선임되면서다. 당시에 이양구 회장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경영 공백이 벌어지자 대표 교체는 불가피했다.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 사진=동성제약

나원균 대표는 1986년생으로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응용수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2019년 동성제약 국제전략실에 입사했다. 그는 동성제약의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딸 이경희 오마샤리프 화장품 대표의 아들이자 이양구 회장의 조카다.

이양구 회장은 지난 2월 회사 주식 70만여주를 나원균 대표에게 증여하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이양구 회장이 지난 4월 갑작스럽게 동성제약 지분 14.12%(368만4838주) 전량을 마케팅 전문 기업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외부에 표출됐다. 매매대금은 총 120억원으로 주당 3256억원이다.

지분 거래와 함께 이양구 회장은 경영 복귀 의지를 피력했다. 이양구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회사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자금 차입 성공을 조건으로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를 조카에게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다”면서 “조카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동성제약 지분 매각이 제약업계와 관련 없는 기업으로의 매각이라는 점, 2년 후에 경영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됐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양구 회장이 브랜드리팩터링에 판매한 지분을 다시 사온다면 동성제약 최대주주의 자리와 함께 대표직 등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양구 회장이 브랜드리팩터링과 맺은 경영권 이전 계약이 나원균 대표 측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은 더욱 격화됐다. 그 과정에서 동성제약이 회생절차를 개시해 주가는 폭락했다.

관건은 7월 25일에 열릴 임시 주주총회다. 동성제약은 임시 주총에서 나원균 대표이사 해임 안건 등을 비롯해 이사진 변경 등을 다룬다.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이 보유한 동성제약 합산 지분이 15.6%, 나원균 대표 측이 12.8%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의 주식수가 전체 60%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양구 회장과 나원균 대표가 경영권 대결에서 이기려면 소액 주주의 지분을 다수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임시주총이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기업회생이 신청되면서 회생 계획안이 오는 10월 13일로 결정돼 이 기간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까지 임시주총 개최도 금지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과 기업회생으로 동성제약 주식이 수차례 거래정지를 반복하고 있다”며 “주주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도 낮다. 주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