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淨見直球] 문제는 ‘어개인’이 아니고 ‘비욘드’다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2025-06-27     news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선거가 끝난 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다. 이제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되돌아온 듯하다.

대통령 이재명이 잘하고 있다.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그럴듯하다. 나라가 돌아가는 것 같다. 이민가겠다는 사람 대신 ‘아!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이 늘었다. 민초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자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차창 밖 풍경이 억지스럽지 않고 평화스럽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친윤(親尹)들은 아직도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어쩌자는 건가. 역사의 발전은 진보와 보수라는 양 날개가 건강해야 가능하다. 한쪽 날개가 꺾이면 날 수가 없다. 역사의 진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들은 지금도 ‘옛님’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윤 어개인’, 그가 다시 어퍼컷을 날려주길 바라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다. 뭔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단체에서는 아직도 부정선거에 대한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윤 어개인’과 함께 등장한 플래카드가 도심 사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신권다발 투표지로 당선?”

“가짜 대통령인 줄 미국도 안다!”

6.3 대선이 부정선거로 무효라는 것이다. 기가 막히다. 지금 이땅이 대한민국 맞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권씨니 윤씨니 나씨니 하는 사람들 모습이 TV화면에 뜸하다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선거철만 되면 각종 매체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한 말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당시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를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거 구호다. 경제가 좋지 않아 고단한 삶을 살았던 유권자들에게 던져진 촌철살인이었다.

형식을 차용해 말을 바꿔보자. “바보야, 문제는 ‘어개인’(Again)이 아니고 ‘비욘드(Beyond)’야!” 안타까운 마음에 귀에 꽂아주기라도 해야 할듯한 말이다. 국힘의 지도(?)급 인사들, 아스팔트 위의 태극기 부대들 그리고 ---. ‘윤’을 넘어 새 세상을 봐야 한다. 광명이 거기 있는데 왜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가. 쉽게 표현하자. 그가 박정희라도, 김대중이라도 된다는 얘긴가.

국힘 ’간부‘들의 속내는 뭘까? 배지 다는데 유리해서? 아님 진짜 ‘계몽’이 필요한 멍청한 생각? 그들의 머리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동아일보는 “정치든 비즈니스든 단절 없는 쇄신이나 파괴 없는 혁신은 있을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계엄과의 단절, 윤석열 정권이 남긴 부정적 유산의 청산을 미적대선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쇄신에 따르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107석 제1야당’에 만족해선, (현재의 지지율) 21%도 ‘과분한 사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백번 천번 옳은 말이다.

국민의힘 의원 조경태가 당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에 유상범·김은혜 등이 선임된 것을 두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못마땅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또 비대위원장 김용태가 “탄핵 반대당론을 철회해야 하고 거의 쿠데타적이었던 대선후보 교체에 대한 진상규명과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비대위원장 주장을 수용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게 우리 당이 보여주는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같은 당 의원 김재섭은 당내 탄핵반대 중진 의원들을 향해 “이들이야말로 징계의 대상이자 제거해야 할 고름”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섭은 “탄핵 선고 이후에도 탄핵 당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 정치를 하는 무책임한 중진 의원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홍준표도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내놨다. 국힘이 위헌 정당으로 해산당할 수 있다며 이는 정치 보복이 아닌 ‘죄를 지은 대가’라고 말했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국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은 “이미 항간에서는 국민의힘을 ‘영남 자민련’의 줄임말인 ‘이영자 당’이라고 한다”면서 “우리 당이 살기 위해서는 몇몇 책임 있는 분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심지어 저는 출당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새 지도부는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따져서 책임이 있는 몇몇 사람들은 쳐내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의 ‘스피커’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마빡에 피도 안마른’ 사람들이, 어디 연수원에라도 가서 소양을 쌓아도 한참 쌓아야 할 ‘국회의원 희망인’들이 전현직 대변인이란 타이틀을 달고 정치판을 저질 쓰레기 판으로 만들고 있다. 일부 부적격자를 격리해야 한다. ‘말꾸라지’라 불러야 하나, 이들은 그럴듯하고 미끄럽지만 의롭지 않은 말, 사리에 어긋나는 말, 악취가 진동하는 견강부회와 아전인수로 청자들의 귀와 코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 이름 그대로 직을 욕되게 하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정광재가 그렇다. 그의 논평에는 품위와 절제, 의로움이 있다. 갖은 요설로 억지를 쓰는 다른 이들보다 설득력도 있다.

사실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게 ‘국회의원 희망인’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본받을 큰 인물이 없다. 어떤 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진을 보자. 그래도 명색이 배웠다는 사람이,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라는 사람이 감투를 쓰자마자 철학도, 금도도, 인격마저도 없는 저잣거리의 싸움꾼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침 튀기는 정쟁에 뛰어들고 있다. 품위 있는 야당, 멋있는 여당을 기대해 볼 수 없는 게 오늘의 한국 정치다. 왜 이리 진흙탕이 됐는가? 진영싸움이다. 제도와 법, 상식이 무너진 뒤 벌어지는 이전투구다.

진단은 있어도 하회가 없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방법이 없다. 민초들이 자각해야 한다. 다행이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머슴’을 고를 수 있다. 지난 대선도 그중의 하나다. 이재명은 됐고 김문수는 떨어졌다. 김문수가, 윤석열이 옳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5년 6월 전 세계는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거센 강물 위의 한 송이 부초와 같은 존재다. 한마디로 시계 제로다. 지금 윤석열 하나를 극복하지 못하고 옥신각신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아랍,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트럼프를 보라. 지구촌의 위기이자 혼란의 시기다. 다들 각성해야 한다.

모두에서 필자는 이재명이 잘한다고 했다.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 이런 장면을 보고 한 말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차원에서 기업들도 함께 외교 무대에서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기업 외교전’을 각별히 당부했다. ‘원팀 코리아’를 외친 것이다. 국제적 통상 환경의 급변으로 ‘경제 안보’가 국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재계도 함께 외교 총력전을 벌여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외교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이재명의 구상이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에 대체로 동조했다고 한다. 국익에 여야가 따로 없듯이 정부와 기업이 엇박자를 놓을 일은 없는 것이다. 정치권이든 기업이든 매사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비욘드 윤’(Beyond Yoon)을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과 탄핵의 강을 건너 저편 언덕 너머로 가야 한다. ‘윤 어개인’(Yoon Again)은 정말 아니다. 명사와 어울리는 것은 부사가 아니라 전치사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거리의 플래카드가 외쳐야 할 구호는 ‘어개인’이 아니고 ‘비욘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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