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전문가·빙그레맨’ 김광수, 해외시장 확대·지주사 전환 이끈다

40년 빙그레맨, 빙그레 대표이사 취임 김광수, 해외시장 중심 전략 확대 유력 불발된 지주사 전환 작업 재개 나설 듯

2025-06-24     신용수 기자
빙그레 김광수 신임 대표. 사진=빙그레

빙그레가 업계 안팎에서 ‘물류 전문가’로 평가되는 김광수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40년간 빙그레에서 근무해온 김광수 신임 대표는 빙그레의 숙원사업인 해외시장 확대와 지주사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20일 남양주공장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광수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전임 전창원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사임하면서 이뤄진 후속 인사다. 전창원 전 대표는 개인적인 이유로 자진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김광수 신임 대표는 전창원 전임 대표와 동기다. 두 인물 모두 1985년에 빙그레에 입사해 40년간 빙그레에 몸담았다.

1957년생인 김광수 신임 대표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빙그레의 인재개발센터장을 맡아왔다. 2013년부터는 빙그레 영업담당 사업2부 상무직에 올랐다. 2015년부터는 빙그레의 냉동·냉장 물류 계열사 ‘제때(Jette)’의 대표직을 10년간 맡았다.

제때는 빙그레가 2006년 인수한 업체로 콜드체인(냉동제품 운송) 네트워크와 통합 물류 정보 시스템을 기반해 냉장·냉동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주로 빙그레와 해태 아이스크림 제품의 전국 유통을 전담한다. 전국 단위 물류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빙그레를 비롯해 CJ푸드빌, 이마트, 놀부, 탐앤탐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김광수 대표는 10년간 제때를 이끌면서 기업의 외형을 크게 확대했다. 김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14년, 제때의 연매출 규모는 7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사명을 기존의 케이엔엘물류(KNL)에서 제때로 변경하고 신선물류 경쟁력을 강화했다. 실제로 제때 매출은 2016년에 1020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2262억원 ▲2021년 2292억원 ▲2022년 2847억원 ▲2023년 4017억원 ▲2025년 5704억원(추정치)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제때는 물류에 더해 식자재 유통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시장까지도 진출하려는 모양새다.

빙그레는 공시를 통해 “김광수 대표는 조직의 성장동력인 인재 육성과 영업 성과 창출이라는 두 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 전문가”라며 “제때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비즈니스 체질 개선과 신사업 발굴을 통해 탁월한 경영 성과를 이룩했으며 향후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빙그레 본사 전경. 사진=빙그레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김광수 신임 대표가 기존의 해외사업 확장과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빙그레는 국내 빙과 시장의 성장 침체에 맞춰 해외 시장을 확대해왔다. 빙그레의 글로벌 전략은 ▲핵심 유통채널 공략 ▲현지화 제품 개발 ▲K-컬처 기반 브랜딩으로 정리된다.

미국·유럽·동남아 주요 유통망에 직접 입점해 현지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하고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다변화에 나선다. 한국 문화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에 맞춘 브랜드 마케팅도 펼치는 형태다.

이러한 사업 전략은 유효했다. 빙그레의 지난해 미국과 중국 사업장은 두 자릿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미국법인의 매출은 34.6% 증가한 804억원, 중국법인은 10.6% 늘어난 42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빙그레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기존 수출입 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글로벌 전담조직인 글로벌사업부문을 신설했다. 글로벌사업부문 총괄에는 박정환 사장이 선임됐다. 해외사업 부문에 임원급 인사를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차례 불발된 지주사 체제 전환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빙그레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는 신규사업 투자, 자회사 관리 등 투자사업부문에 집중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신설되는 사업회사 ‘빙그레(가칭)’는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의 생산 및 판매를 영위하는 사업부문을 맡기로 했다.

이를 통해 빙그레의 각 사업부문별 사업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 하고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립한다는 목표다. 다만 빙그레는 지난 1월 “인적분할을 하기 앞서 좀 더 명확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분할계획을 철회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빙그레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지분 집중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 확대가 이뤄진다.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성과의 귀속도 명확해지며 자본 배분, 재원 조달 등이 비교적 용이해진다. 체제 재편 과정에서 양도세와 법인세 이연 효과(납세 시기를 늦추는 것)도 낼 수 있다.

빙그레 측은 아직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의 재개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새로운 대표를 맞이해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광수 대표는 40년간 빙그레에서 물류전문가로 평가받은 인물”이라며 “기존의 사업 전략을 이어받으면서도 해외사업 확대, 지주사 전환 등을 빠르게 달성해야하는 과제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