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TMC에 1165억 투자…탈中 광물망 강화

2025-06-17     한경석 기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심해자원 개발 기업인 더메탈스컴퍼니(TheMetalsCompany·TMC)에 약 1165억원(8500만달러)을 투자하며 자원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전략 광물 공급망 재편 흐름 속 탈중국의 축을 담당하겠다는 행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TMC 지분 약 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엔 앞으로 TMC의 시장 가치 상승에 따라 일정 가격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됐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TMC의 심해 채광 사업을 통한 니켈·코발트 등 핵심 금속 확보는 물론, 미국 내 제련소 투자까지 검토하며 중장기적인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TMC는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튼 해역(CCZ)에서 심해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를 채광해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PFS)가 진행 중인 대표 프로젝트 ‘노리-디(NORI-D)’의 상업화가 본격화되면, 10년간 니켈 70만톤, 코발트 6만톤, 구리 50만톤 이상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자사 제련소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올인원 니켈제련소(KEMCO 운영)의 핵심 원료 공급처로 TMC가 유력하게 자리잡을 전망이다. 아울러 TMC 자원을 가공해 미국 내에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를 단순 재무적 투자 이상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TMC는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니켈·구리 생산업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내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TMC 역시 비중국계 기술과 자본을 보유한 고려아연과의 협력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양사는 사업 초기엔 국내 제련소를 활용해 생산을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제련소 신설도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의 ‘외국 우려 대상기업(FOEC)’ 지정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포지셔닝 전략으로도 평가받는다. 미국은 중국·러시아 등 국가와 연관된 광물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을 제외하는 규제를 적용 중이며, TMC와의 협력을 통해 고려아연은 이런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 외에도 안티모니·인듐 등 전략 광물의 대미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원 공급망 재편 속에서 세계 1위 제련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급망 자립화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에 있어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TMC에 투자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TMC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니켈과 동 생산업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 내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제련능력 확충이 중요하고 고려아연과 TMC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에게 독립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독보적 니켈 공급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