렐루게임즈 ‘미메시스’, 사람인척하는 AI와 벌이는 숨 막히는 추격전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의 신작 ‘미메시스’가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공개됐다.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게임 산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번 작품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
미메시스는 ‘재현’, ‘모방’ 등의 뜻을 가진 단어다. 렐루게임즈는 이번 작품에서 게이머를 모방하는 정체불명의 적을 AI로 구현했다. 미메시스는 폐쇄된 공간에서 동료들의 흉내를 내며 슬며시 다가와 유저를 공격하며 공포심을 유발한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트램을 고쳐 오염 지역을 탈출하기 위해 4명의 유저가 팀을 이뤄 버려진 연구소들을 돌며 스크랩(고철 폐기물)을 모아야 한다. 총 3개 라운드가 주어지며 200달러가 모이면 오염 지역에서 탈출하고 게임이 종료된다.
문제는 위험 요소다. 연구소 곳곳에는 플레이어의 등 뒤를 노리는 미메시스는 물론 주변 동료들과의 소통을 차단하는 다람쥐, 플레이어를 특정 지역까지 밀어내는 괴생명체, 스프링클러를 타고 내리는 방사능 비 등 다양한 위협이 존재한다.
연구소 깊이 내려가 많은 스크랩을 얻었어도 어딘지 어색한 말투와 걸음걸이로 어느새 내 뒤를 밟는 미메시스에게 쫓기다 보면,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미로와도 같은 지하 공간에 갇혀버리고 만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오르는 오염 게이지도 플레이어의 목을 죄며 긴장감을 더한다.
라운드가 진행되며 미메시스에게 쫓기다 보면 팀원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함께 탐색을 벌이던 팀원이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면 결코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 붉은 눈을 빛내며 동료의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쫓아오는 그 누군가를 따돌리고 트램에 도달해야 한다.
직접 즐겨본 미메시스는 동료들과의 협동, 어둡고 폐쇄된 공간을 탐색하는 공포심, 탈출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 등 여러 요소를 잘 버무린 작품이었다. 유저가 유저를 해치는 게임이 아니어서 더욱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이 짧고 미메시스가 보여주는 ‘모방’에 정교함이 부족하다 보니 두세 판 정도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 두렵다는 느낌이 무뎌진다. 신선하고 재밌는 게임이지만 이번 데모 버전만을 플레이해 본 상황에서 회사에 큰 수익성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미메시스는 게임업계에 AI의 활용 방향성을 제시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크래프톤을 비롯한 게임사들이 AI에 투자하며 목표로 삼고 있는 ‘유저로 착각할 수준의 NPC’를 만든다면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느꼈다.
글로벌 탑 티어 IP로 자리매김한 PUBG가 그랬듯, 크래프톤과 렐루게임즈의 색다른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 미메시스 역시 다음 버전에선 더 정교해진 AI와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파이낸셜투데이 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