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홈플러스에 잇단 납품 중단…“홈플러스 일방적 태도가 일 키웠다”

빙그레·매일유업, 거래조건 이견에 홈플러스 납품 중단 홈플러스, 납품업체와 거래 조건 이견에 저격성 자료까지 “홈플러스 대화할 생각은 있나”…납품업체 불만 고조

2025-05-28     신용수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 3월 20일부로 일시 중단되었던 서울우유 납품이 2일 재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강서점에서 고객이 서울우유를 구매하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와 납품업체의 분쟁이 또다시 불거졌다. 거래조건을 협의하던 중에 이견을 빚으면서 납품중단이 이뤄진 것이다. 일부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가 일방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보만 할 수는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와 매일유업은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

빙그레가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빙그레 측은 거래 조건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납품을 중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납품 재개 시기 등은 현재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도 일부 냉장 제품을 홈플러스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 분유와 두유 등은 공급되고 있으나 일반 우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납품 중단 사태는 지난 3월에도 발생했다. 지난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발표 이후 오뚜기와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다수의 납품업체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밟고 있는 만큼 거래대금 지불을 명확히 하고자 거래조건을 다시 논의해 왔다. 납품 대금 미정산으로 공급 중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늘면서 홈플러스는 회생채권을 미루고 공익채권 미수금을 미리 당겨주는 식으로 입금했다. 그러나 납품사별 공익채권 도래일이 달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홈플러스의 지불 능력을 의심하는 업체들이 납품을 멈추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만이 폭발된 사례가 지난달 본격화된 서울우유의 납품 중단이다. 서울우유를 운영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홈플러스와 거래 조건에 합의하지 못해 언론을 통한 공방전을 펼칠 정도였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달 7일에 “서울우유가 물품대금 현금 선지급 조건을 요구하며 3월20일 납품을 중단한 이후 2주간 물품을 공급하지 않았다”면서 “낙농가와 서울우유 대리점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농협경제지주가 일방적으로 채권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며 “대부분 쌀 품목으로 지역농협 상당수의 거래가 중단되거나 축소돼 쌀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농협경제지주, 서울우유협동조합 등이 포함된 농·축산업계를 저격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주요 농민단체는 홈플러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크게 반발했다.

먼저 서울우유 측은 2차 협력사인 농가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홈플러스 주장에 대해 “서울우유 낙농조합원들은 현재도 원유를 정상적으로 납유하고 있다”며 “회생채권 전액을 현금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발생되는 ‘공익채권’에 한해 어음이 아닌 현금 지급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납품을 중단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22개 농·축산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홈플러스의 적반하장, 소도 웃을 일’이란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는 읍소하고 농·축산업계에 으름장을 놓는 홈플러스에 깊은 자성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농협경제지주는 홈플러스에 납품을 이어오고 있고 서울우유는 홈플러스에 결제주기 조정 등을 지속 협의해오고 있다. 지금도 농축산업계 등 납품업체들은 불안감 속에서 홈플러스 납품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홈플러스는 지금이라도 농축산업계 피해에 대해 전국 농업인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운영 정상화를 위한 이행조치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농업단체의 반발에 홈플러스는 한발 물러섰다. 홈플러스는 “농협경제지주는 홈플러스와 계속 거래하고 있으며 쌀 또한 상호 협의 하에 공급되고 있어 쌀농가 피해로 직결되지 않는다”면서 “종전 보도자료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서울우유가 지난 2일부터 홈플러스에 우유 납품을 재개하면서 논란은 다소 해소됐다. 다만 홈플러스의 매출 감소세와 영업 환경의 전반적인 부정적 영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미정산 대금 지급이 우려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돼 빙그레와 매일유업의 홈플러스 납품 중단으로 이어졌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수억원에 달하는 상품을 홈플러스에 납품했다가 추후에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라며 “채권 회수 여부를 선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홈플러스의 어려움은 알지만 일방적인 조건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납품 중단을 야기한 것은 납품업체가 아니라 홈플러스”라며 “대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인데도 남 탓하는 식의 태도가 일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