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K-선물’ 참붕어빵·비쵸비 인기…“한국 법인 수출액 늘린 원동력”
외국 관광객서 오리온 과자 입소문 타 SNS서 참붕어빵·비쵸비 구입 인증샷도 오리온, 인지도 향상으로 해외시장 매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오리온의 과자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참붕어빵, 비쵸비 등의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있어 수출 실적을 뒷받침할 정도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의 올해 1분기 서울역과 명동 등 관광 상권 내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참붕어빵’, ‘비쵸비’, ‘알맹이’, ‘예감’, ‘마켓오 브라우니’ 등 5개 브랜드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91% 늘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서울역과 바로 연결돼 있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관광객이 자주 찾는 인기 제품군을 바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인기 많은 제품은 ‘참붕어빵’이다. 참붕어빵은 재물을 상징하는 물고기를 연상시켜 중국 관광객들이 선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 내 참붕어빵의 판매 가능성을 높게 보고 2019년말부터는 오리온 중국법인에서 ‘샤오위누어누어(小鱼糯糯)’라는 이름으로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2024년부터는 베트남법인에서도 ‘봉방’(Bống Bang)’으로 출시해 판매되고 있다.
참붕어빵은 올해 1월에 미국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에 입점하면서 1분기 참붕어빵의 해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성장했다.
비쵸비도 큰 인기를 끈다. 비쵸비는 초콜릿을 통째로 넣은 샌드위치 비스킷이다. SNS에 영어권을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한국여행 기념품 추천’, ‘패키지가 예뻐서 선물용으로 제격‘, ‘실패 없는 과자선물’ 등 구매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광 상권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비쵸비 코리아에디션’, ‘마켓오 브라우니 제주말차’, ‘마켓오 브라우니 크림치즈’ 등을 한정판으로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비쵸비는 출시 1년만인 지난해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한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해외 바이어들과 수출을 타진할 정도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식감의 알맹이 젤리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광장시장에 열었던 팝업스토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지난 1월 설 연휴부터 4주간 진행된 알맹이 팝업스토어는 일 평균 1000명 이상, 약 3만명이 방문하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단종됐던 과자가 부활하는 사례도 나온다. 오리온은 지난해 5월 ‘마켓오 브라우니 제주말차’를 서울과 제주의 주요 관광상권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2016년 출시됐다가 2021년 단종됐던 제품이다.
한국에서 K푸드를 경험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과거 보따리 상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NS상에 국내서 구매한 과자, 라면 등 K푸드를 인증하고 호평하면서 ‘한국여행 필수 구매품’으로 주변인들에게 홍보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를 동시에 높여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전세계에서 연간 40억 개 넘게 판매되는 오리온 ‘초코파이情’이다. 1990년대 초 중국,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 사이에서 초코파이 구매 붐이 일었고 이들이 현지에서 직접 판매한 것이 시초다. 현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중국에서는 1997년 랑팡 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매출을 확대했고 러시아는 1993년 직접 수출을 시작해 2006년 트베리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해외 법인에서 현지 생산·판매하며 글로벌 스테디셀러(인기가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제품)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글로벌 매출액은 초코파이 단일 브랜드로만 5800억원을 돌파했다.
이렇듯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오리온의 제품을 구입하고 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오리온의 해외 진출을 앞당기는 효과를 낸다. SNS를 통해 제품과 브랜드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지게 되면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바이어와 접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바이어들이 SNS를 통해 브랜드 컨택을 하면서 수입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바이어들이 제품을 수입해 판매 물량이 늘어나면 제조사들이 현지 법인을 세워서 직접 수출을 할 수 있다. 대형마트와 SNS가 일종의 쇼케이스 역할을 하면서 수출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타깃 마케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87만명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2024년 1분기보다 두 배(98.4%↑) 가량 늘어난 것에 이어 증가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성과는 성장이 정체됐다고 평가되던 오리온 한국법인의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오리온의 1분기 한국 법인의 매출은 2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5.6% 늘었다.
한국법인의 내수 판매액은 내수 소비 부진으로 1.6% 성장하는 데 그쳤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23% 늘어 성장을 견인했다.
통상적으로 식품업계는 해외에 법인을 마련해야만 매출이 증가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져왔다. 그러나 오리온은 방한 외국인이 제품의 입소문을 내면서 수출 물량을 늘렸다.
실제로 오리온의 한국 법인은 국내 수요보다 수출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오리온은 K푸드 열풍에 따른 수출 물량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4600억원을 투자하는 진천 통합센터도 착공한다. 진천 통합센터는 생산·포장·물류가 합쳐진 복합 센터로 미국·호주·유럽 수출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선 해외 법인과 생산공장을 통한 현지화 전략 이전에 현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필수”라며 “SNS의 발달과 해외 직구 활성화 등 소비자들의 구매에 있어 국가간 장벽이 낮아진 만큼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입소문을 통해 K푸드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