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최성환, SK네트웍스 기술 중심 전환…“독자경영 가능성 높이나”
SK네트웍스, 최성환 체제서 AI 투자사로 변모 ‘AI가전’ 나무엑스·해외협력 강화 등 변화폭 커 최성환 독자경영 행보…지분 확보 등 과제 남아
SK네트웍스가 ‘오너 3세’ 최성환 사업총괄(사장) 체제에서 기술력을 강조하는 사업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최성환 사장이 주도하는 SK네트웍스의 전환 속도에 따라 독자경영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직물사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SK네트웍스는 무역·유통·소비재·렌탈 등으로 사업모델을 변화했다. 이후 2020년부터는 렌탈·소비재 사업구조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사업형 투자회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대표적인 변화 사례는 직영주유소 ‘SK주유소’. 렌터카 ‘SK렌터카’, SK매직의 가전사업 일부 매각 등이 꼽힌다. SK네트웍스가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높은 AI 중심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이뤄진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인물은 최성환 사장이다. 그는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으로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다. 1981년생인 최성환 사장은 2020년에 SK네트웍스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사업형 투자회사’라는 정체성을 제시했다. 이후 SK네트웍스는 철강 트레이딩, 직영주유소 사업을 중단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했다.
그중에서도 SK렌터카 사업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렌터카 사업은 차입을 통해 완성차를 대량 구매한다는 점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고 이자비용 부담이 크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매각하면서 2023년 말 5조원이 넘던 총차입금을 올해 1조8000억원대로 줄였다. 같은 시기에 부채비율도 322%에서 156%로 대폭 개선됐다.
SK렌터카 매각대금 8200억원 등 자산효율화로 통해 막대한 재원을 확보한 SK네트웍스는 투자사에 걸맞게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회사에 편입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SK Networks Americas(前 하이코캐피탈)’와 인적 기술 네트워크인 ‘하이코시스템(HiKo System)’이 SK네트웍스 투자 전략의 근간이다. SK네트웍스가 2020년에 설립한 하이코시스템은 올해까지 2500억원(28건)의 투자금을 집행하면서 글로벌 기술기업과 협력 및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하이코시스템이란 투자 생태계는 최성환 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핵심 전략자산으로 AI투자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모멘텀으로 평가된다.
SK네트웍스는 2023년 4월 실리콘밸리에 AI 기술 ‘피닉스랩(PhnyX Lab)’을 설립해 AI 역량 내재화에 나섰다. 피닉스랩은 현재 독립법인으로 전환됐으나 SK네트웍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피닉스랩은 의약학 분야에 특화된 생성형 AI 솔루션 ‘케이론’을 출시했으며 현재 20여개 제약업체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최성환 사장은 글로벌 기술 외교에도 나섰다. 그는 지난 20일 방한한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와 만나 AI 분야의 협력 가능성과 유럽 진출 전략을 논의했다. 글로벌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한 수낵 전 총리와의 회동은 그간 최성환 사장이 갖춰온 인적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다.
SK네트웍스는 기존 회사의 AI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챗GPT-4’를 기반한 대화형 안내 서비스 ‘워커힐 AI 가이드’를 도입해 AI 기반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SK스피드메이트는 지난해 독일의 자동차 데이터 전문기업 ‘DAT’와 제휴를 맺고 부품 플랫폼 사업에 AI를 적용했다. 올해 안으로 사고 차량 정비에 AI 기반 자동 견적 시스템을 도입한다.
데이터 전문기업 엔코아는 기업 데이터의 자산화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와 연계 가능한 B2B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민팃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무인 휴대폰 검수 시스템을 도입해 중고폰 등급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거래 신뢰성을 강화했다.
최성환 사장이 전면에 나선 웰니스 로보틱스(웰빙·피트니스)브랜드 ‘나무엑스(NAMUHx)’도 있다. 나무엑스는 SK네트웍스의 AI 전략과 SK매직의 자원을 바탕으로 탄생한 로봇 브랜드로 제품명이다.
지난달 열린 쇼케이스에서 나무엑스가 공개·시연됐다. 나무엑스의 주요 기능은 ▲에어 솔루션(Air Solution) ▲바이탈 사인 체크(Vital Sign Check) ▲대화형 서비스 등이다.
에어 솔루션 기능은 에어센서를 통해 오염원이 감지되면 자율주행으로 오염원이 발생한 장소로 이동해 공기를 청정하는 기술이다. 현장에서는 똑같은 공간을 두고 웰니스 로봇 1대와 일반 공기청정기로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바이탈 사인 체크 기능은 비접촉 안면 인식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 맥박, 산소포화도 등 주요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퀄컴 등과 협업으로 구현된 보이스 컨트롤 기술은 음성으로 모든 기능 제어가 가능하다.
나무엑스 EA(Executive Advisor)를 겸임하는 최성환 사장은 쇼케이스에 나서 “나무엑스만의 오픈 생태계를 만들어 진화하고자 한다”며 “로봇의 기술 방향성은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웰니스 로봇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AI 연계 사업모델 발굴·운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미래 비전을 현실화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러한 성과를 최성환 사장이 지속적으로 낸다면 경영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최성환 사장이 이끄는 SK네트웍스의 독립경영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최성환 사장은 보유했던 SK㈜ 주식 1만주를 올해 초에 전량 매각했다. 그 대신 SK네트웍스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성환 사장의 최근 행보는 이전부터 언급된 SK네트웍스 중심 독립경영 가능성을 높이는 듯하다”라며 “본격적으로 SK네트웍스를 AI 투자사로 변모시키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