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에 꽂힌 건설업계…‘2조원’ 모듈러 시장 선점 노린다

모듈러 건축 시장, 5년 새 65배 성장…2030년 2조원 전망 인력·품질 확보 등 강점에…대형사 역량 강화 행보 잇달아

2025-05-21     박소윤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건축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강화되는 탄소 감축 규제와 인력난 문제 속에서, 공정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해법으로 모듈러 공법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 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18년 123억원 수준에서 2022년 1757억원, 2023년 8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5년 새 65배 가량 커진 셈이다. 오는 2030년에는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대부분의 부재(모듈)를 미리 제작한 뒤 현장 조립해 완성하는 스마트건축기술로 꼽힌다. 기후나 현장 여건에 따른 영향을 줄이고 시공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장 제작 비중이 높은 만큼, 현장 인력 수요를 줄일 수 있어 인력난 해소의 대안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모듈러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삼성물산 모듈러 승강기 R&D 랩(Lab)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최대 50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3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고 높이인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할리파, 2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등의 초고층 빌딩 시공 경험을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고층 시장에서 OSC(탈현장 건설)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현대건설도 행보를 강화 중이다. 지난 14일 공간제작소와 ‘목조 모듈러 기반 OSC 기술 확대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 현장에 첫 도입을 추진하고 디자인 표준화가 용이한 키즈스테이션과 자전거보관소 등 소규모 부속시설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GS건설은 모듈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대표적 건설사 중 하나다. 기존 신사업본부 내 프리패브(조립식 주택) 사업그룹을 별도 프리패브실로 독립시키고 영업부문을 3개 본부(건축·주택, 플랜트, 인프라)와 3개 실(개발사업실, 신사업실, 프리패브실) 체제로 재편했다. 이는 수처리(GS이니마)에 집중됐던 신사업 축을 개편해 모듈러 주택을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환경규제에 대한 선제 대응이기도 하다. 건설업은 전체 산업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야 가운데 하나로, 각종 탄소 감축 규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신축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 의무화’가 본격 시행되는 등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압박도 증가하고 있다. 모듈러는 기존 방식 대비 공사 기간이 30% 이상 짧고, 공정 중 발생하는 탄소 및 폐기물 저감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은 비용 절감과 품질 확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특히 친환경 건축 수요가 급증하는 현시점에서, 탄소 저감 효과와 효율성이 높은 모듈러는 미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