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닮고 싶은 CEO-미디어&엔터테인먼트&광고] 윤상현 CJ ENM 대표
| 파이낸셜투데이와 리서치 전문기업 서던포스트가 공동 기획한 ‘미래세대가 닮고 싶은 CEO’는 전국의 2030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주요 19개 업종과 오너&창업&여성 부문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선정했다. 주요 19개 업종의 조사대상 기업은 에프앤가이드로부터 받은 2024년 기준 매출액 자료를 토대로 정했고, 오너&창업&여성 CEO 부문은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해 설문 대상을 선정했다. (편집자주) |
“2024년 CJ ENM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사업 강화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디지털 플랫폼 역량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에도 CJ ENM은 더 많이, 더 잘 만들고, 더 빠르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며 성장을 가속할 계획입니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 겸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는 2025년 CJ ENM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상현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9년 CJ그룹에 입사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재무·자금 부문에서 첫발을 뗀 그는 이후 재무,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핵심 전략 부서를 두루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8년 경영전략1실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2020년에는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네이버와의 제휴 및 디지털 물류 혁신을 주도했다.
2022년부터는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로 ‘원 플랫폼’ 전략을 도입해 채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고, 2024년 11월부로 CJ ENM 대표이사 겸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지금 그는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커머스의 판을 바꾸다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 재임 당시 윤상현 대표는 짧은 기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룹 내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TV홈쇼핑, 모바일 라이브, T커머스 등 분산된 판매 채널을 통합하는 ‘원 플랫폼’ 전략을 도입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원 플랫폼 2.0’ 체계를 구축하며 중소형 뷰티 브랜드의 발굴과 성장 지원에 역량을 집중했다.
CJ온스타일은 TV 시청률 하락이라는 시장 변화에 맞서, 모바일 채널을 중심으로 한 멀티 플랫폼 전략과 대형 지식재산권이하 IP 콘텐트를 앞세워 홈쇼핑 업계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이커머스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커머스 매출 중 절반 이상인 54.4%를 이커머스가 차지했으며, 모바일라이브커머스MLC의 거래액도 1년 사이 90% 이상 증가했다.
CJ ENM 커머스 부문은 1분기 362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고, 영업 이익은 262억원으로 0.2%만이 감소했다.
◆복심에서 선봉장으로
윤상현 대표에게는 ‘이재현 회장의 복심’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커머스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이제 그는 그룹 핵심 계열사 전체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올해로 문화 사업 30주년을 맞은 CJ ENM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65편의 콘텐트를 제작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윤상현 대표는 연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기존 투자 방침에 더해, 약 15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부산 CJ무비포럼에서 처음 언급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현실화하는 행보로, 사업 30주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행보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CJ ENM은 2024년 총 5조 23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8% 성장을 이뤘고, 영업 이익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해 1045억원을 달성했다.
그 배경에는 콘텐트 전반의 고른 성장이 있었다.
미디어 부문은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 ‘정년이’ 등 tvN의 드라마 라인업 흥행에 힘입어 전년 대비 8.8% 늘어난 1조 37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화·드라마 부문은 콘텐트 유통 확대와 피프스시즌의 회복세에 힘입어 56.1% 증가한 1조 704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음악 부문은 자체 아티스트의 활약과 글로벌 신인 아티스트의 데뷔 성공으로 연간 매출 7021억원의 실적을 냈다.
◆온리 원 IP로 세계 무대 정조준
윤상현 대표는 2025년을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선언, 이른바 ‘온리 원ONLY ONE IP 정신’을 제창 중이다.
핵심 전략은 글로벌 유통망을 강화하는 데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전 세계 약 2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tvN 인기 드라마와 신규작을 포함한 다수의 콘텐트를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240여 개 지역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CJ ENM의 콘텐트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손해 보기 싫어서’는 2024년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전체 비영어권 콘텐트 가운데 각각 시청 순위 7위와 8위를 기록하며 K드라마의 해외 경쟁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또한 CJ ENM은 ‘K드라마 제작진이 만든 J드라마’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일본 현지 오리지널 콘텐트 기획 및 제작에도 나선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일본판을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선보일 예정으로, 이 한일 공동 프로젝트가 글로벌 콘텐트 시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OTT 재편, 윤상현의 승부수
CJ ENM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이하 OTT 플랫폼 티빙의 체질 개선과 외연 확장을 위해, 웨이브와의 전략적 합병을 본격 추진 중이다.
티빙 최대 주주인 CJ ENM과 콘텐츠웨이브 1대 주주인 SK스퀘어는 총 25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단행했으며,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CJ ENM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 결합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양기 전 티빙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웨이브에 파견해 현장 점검에도 나섰다. 두 플랫폼의 중복 이용자 비율이 30% 미만으로 분석되면서, 만약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이용자 확대 및 운영 효율화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것이 기대된다.
윤상현 대표는 올 상반기 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임원 겸임에 대한 승인이 이뤄질 것을 예상했다. 이후 이해관계자 설득과 조율을 거쳐 연내 합병을 성사한다는 계획이다.
티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내 OTT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서려는 그의 구상은 CJ ENM의 콘텐트 경쟁력을 글로벌로 확장하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윤상현호號의 드라마가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서사를 써 내려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