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지방 이전’ 재소환…기업은행만 ‘조용한’ 이유

2025-05-02     신수정 기자
IBK 기업은행. 사진=연합뉴스

6·3 조기 대선(大選)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대선판 주요 공약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어 그 이유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주요 대선 주자들은 최근 대선 경선에서 잇따라 ‘국책은행 지방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김문수(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산글로벌허브도시조성특별법 제정 등 부산·울산·경남(PK) 표심을 잡기 위한 지역 공약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야당에서도 이재명 최종 대선후보에 밀린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전 경남도지사)이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었다.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공약인 정책금융기관 이전이 재소환된 배경은 부산을 홍콩·싱가포르와 같은 ‘글로벌 금융 허브도시’로 개발하고, 수도권과 대적한 균형적인 지역 발전을 이루겠단 구상으로 풀이된다.

◆ 대구 ‘4선’ 윤재옥, 기업은행 이전 개정안 2차례 발의 불구…지배구조 ‘한계’ 발목

산은·수은과 마찬가지로 IBK기업은행도 대구광역시로의 본점 이전 이슈가 언급됐었다. 대구 달서구을에서만 4선을 기록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21·22대 국회에서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정부 의지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지배구조로 인해 관련 개정안은 장기간 계류 상태로 방치됐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은 다른 국책은행과 달리 지역 균형 발전을 앞세운 정치적 ‘외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것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과거 해당 법안과 관련해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거나, 정부의 방침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입장”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으로 주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59.5%(4억7443만991주)를 보유한 기획재정부(기재부)다. 이어 산업은행이 7.2%(5740만5282주), 수출입은행이 1.8%(1471만1153주), 국민연금 5.4%(4337만3136주)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국책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인 기업은행은 소액주주의 지배력도 27.8%(2억2154만7753주)에 달한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100% 지분을 보유한 산은, 수은과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정부(기재부)가 자금을 출자해 100% 지분을 보유했다. 수출입은행은 정부 76.4%, 산업은행 16.7%, 한국은행 9.9%를 주요 주주로 두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100%를 지배를 받는 것으로 인식된다.

기업은행을 이전하려면 산은, 수은과 같이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 1항에는 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과 대구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면 정부는 주주들의 배임 소송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기업은행 대구 이전 논의가 활발했던 2023년 10월,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기업은행이 만약 지방으로 이전한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며 “정부가 알고도 방임하면 배임죄이고, 소액 주주들에게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