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淨見直球] 이재명의 길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2025-05-01     news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민주당이 전 대표 이재명을 대선후보로 선출한데 이어 21대 대통령선거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개막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 목소리를 듣고 함께 나아가겠다”며 “이제부터 진정한 국민통합을 시작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지난 과거나 이념,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여유도 시간도 없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우뚝 설 것인지, 파괴의 역주행으로 변방의 후진국으로 추락할 것인지 결정되는 역사의 분수령에 있다”며 이같이 다짐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나라가 지금 어떤 상황인가. 아무 의미없는 편을 짜서 서로 상대를 ‘적’으로 모는 이상한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이다. 윤석열 일파의 책임이 크다. 권좌에서 물러나면서까지 무슨 미련이 있다고 지지자와 비지지자를 나누어 국민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 역사에 무슨 죄를 짓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같다.

이재명이 대선을 앞두고 ‘국민 통합’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진영을 초월한 모든 국민의 후보, 좌우 이념을 넘나드는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득점원이 될 수 있다.

이재명은 특히 윤석열 집권 3년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그간의 퇴행과 파괴를 막고 희망과 미래로 향할 유일한 동력은 바로 국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당 간 대결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 재도약과 퇴행의 대결이고 희망과 절망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안의 갈등과 대립은 한가하고 사소한 일 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사고가 대의를 품은 집권자를 상상케 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민주당이 앞서 나가는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 예선전, 본선 스타트 라인에도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권한대행 한덕수가 결국 도전장을 내밀면서 한동훈과 김문수가 민망해졌고 결국 누가 최종 대선후보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30 여일. 짜증을 누르고 있는 지지자들의 인내가 가상하다. 상황을 누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여러 짐작들이 난무한다. 기가 막힌 일이다.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대로라면 이번 대선에서 유리한 건 민주당이다.

4월25일 발표된 한국갤럽 4월 넷째 주 정례 조사는 이재명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 내다보고 있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38%, 한동훈 8%, 홍준표 7%, 한덕수 김문수 6%, 이준석 안철수 2%, 이낙연 조국 김동연 1% 순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국민의힘 후보가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조사이긴 하나 전문가들은 대세 판단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론을 지향한다는 한 신문은 이재명 대세론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은 바로 전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가장 가혹하게 짓밟혔고 가장 치열하게 맞서 싸웠다면서 이재명 대세론은 그 보상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파면 전 대통령 윤석열에 게는 많은 당부가 쏟아졌다. 국가 원로라는 사람들도 그랬고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과, 야당과 싸우지 말고 제발 상생정치를 하라고. 결과는 뭔가, 잦은 탄핵 때문에 ‘계몽’을 했다고? 탄핵 당할 일을 하지 않았으면 될 일, ‘계몽’은 무슨 ‘계몽’이고 나라꼴은 또 이게 뭔가!

김대중은 불귀의 객 일보직전에 사형을 모면했다. 김영삼은 헌정사 초유의 의원직 제명을 당했다. 무도한 권력자의 만행에 지지않고 저항해 결국 국가의 지도자가 됐다. 이들이 한국 현대사의 큰 산이자 거목으로 추앙받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소국(小局)이 아니라 대국(大局)이었다.

이재명, 그는 어떤 정치인인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에 불과 0.7% 차이로 진 사람이다. 패배자인 그에게는 사법리스크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언제나 피의자이고 피고인이었다. 윤석열 검찰은 그를 한 시도 편할 날이 없게 만들었다. 심약한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할 수 있는 막장까지 몰렸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오뚜기처럼 일어나곤 했다. DJ의 또다른 별칭이었던 ‘인동초’처럼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원내 제1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 과정에서 그의 부인은 10만원 식사비를 대납시켰는 등의 말초적 망신까지 당해야 했다. 오죽하면 이 망신 주기를 보다 못한 대구시장 홍준표가 검찰 기소를 “치사하다”고 까지 했겠는가. 한남동 공관에서 윤석열 부부가 합법 불법 이전에 이리저리 쓴, 물값 시비같은 경비를 따져보자면 어찌할 것인가. 회를 많이 시켜 먹었느니 안시켜먹었느니 하는 이런 ‘찬란한’ 수사와 언론 보도에 시달리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박의 세월도 인고해야 했다. 실로 국격이 부끄러웠던 윤석열 치하의 삽화들이다.

마침 대법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 판결을 서둘러 종결짓기로 했다.선거 전에 명쾌하게 국민들에게 결론을 내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오바마가 즐겨썼던 미국 인권운동가들의 얘기, “정의는 결국 활처럼 휘어진 굽은 길을 돌아온다”는 말을 상기해 보자. 우리식의 표현으로는 ‘사필귀정’인데 TV 생중계까지 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이재명은 일어섰다. 그가 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인가. 그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지 실패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화려한 공약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선거과정에서부터. 앞으로 전개돨 제7공화국 시대의 기반을 닦는 등 제대로 된 나라의 틀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재명에게는 또 대선 그 자체보다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여러 대통령 중의 한 사람, n분의 1이 돼서는 안 된다. 다행히 그는 통합과 화합의 길을 가겠다고 약속했다. 탕평인사도 다짐했다. 찢어진 나라를 다시 봉합하는 일에 우선 앞장서겠다는 말도 했다.

정치보복을 안 한다고 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 김대중이 보여줬듯이 용서할 수 있어야 정치는 안정된다. 물론 범죄자를 용서하라는 뜻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공약으로 내건 이런 기초들이 튼튼히 지켜져야 민주주의는 안착한다. 마틴 루터 킹의 얘기를 이쯤해서 새겨보면 어떨까.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우리는 멈춰 서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도 있다.

아직 이 나라는 정상적이지 않다. 전국적으로 난데없는 ‘윤 어개인’(YOON AGAIN) 운동이 거세다. 이 무지몽매를 무릎 꿀려야 한다. 다시 감옥에 보내자는 뜻은 아닌 것 같고 뭘 어쩌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망언을 일삼는 무리들, 사이비 엘리트들이 설 땅을 없애야 한다. 세상의 최고라는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불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고 있다. 양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얼굴들. 할 수만 있다면 국회의원 3분의1은 퇴출시켜야 한다. 이번 계엄과정에서 그 면면들은 다 드러났다. 특히 다선에 세력이 있다는 사람들, 무슨무슨 선거만 있다면 얼굴을 내미는 ‘선수’들, 정말 진상들이다. 밀가루 칠도 유분수다. 백주에 버젓이 계엄을 옹호할 수 있는가.

6월3일이면 대한민국은 또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미국에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세계는 예측 불허의 정글로 변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되든 역사적 책무가 막중하다. 배곯음을 해결한 박정희, IT와 벤처기업 육성에 집중해 오늘의 세계10대 경제 대국의 토대를 마련한 김대중, 두 거목의 국가경영 철학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 새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이 두 지도자를 잇는 시대의 경세가가 돼야 한다. 하나회를 척결하고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던 김영삼도 표상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착근과 경제 진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새 권력자가 짊어져야 할 숙명인 것을. 어쩌다 어영부영 대권을 잡은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 누구처럼 선공후사를 모르는 사람이 돼서도 안 된다.

2025년 5월, 우리는 다시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반듯한’ 대한민국, 제대로 된 나라 한번 만들어 보자. 새 대통령이 그릴 청사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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