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심 사태 따른 ‘현금 고갈’에 카카오 급처분 땜질
작년말 보유 현금 1조1651억원...SK브로드밴드 잔여지분 인수에 1조1500억원 ‘올인’ 유심 해킹 사태 발발...유심교체·과징금·후속피해보상 등 수천억원대 손실 전망 부족한 현금에 ‘카카오’ 처분으로 3952억 수혈...그럼에도 털지 못한 재무부담 카카오 매각가 1주당 3만6530원 기회비용에 ‘아까워라’ 탄식도...“목표주가 5만3000원”
SK텔레콤이 전례없는 현금 부족 위기에 직면해 주요 자산인 카카오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보유현금 대부분을 투입해야하는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던 가운데, 최근 유심 사태가 겹치며 예상에 없던 비용이 발생한 탓으로 풀이된다.
급작스런 카카오 지분매각에 SK텔레콤에 대한 시장의 투심은 싸늘하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매도 대상인 카카오의 현재 주가가 수년전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진 데다, 향후 주가가 상승할 거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무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저점매도’로 인해 적잖은 미래의 기대 수익을 포기한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거래일(25일) 카카오 보유주식 1081만8510주를 전량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총 매각대금은 약 3952억원이며, 1주당 매각가액은 3만6530원이다.
해당 지분은 2019년경 카카오와 3000억원 상당의 지분 맞교환으로 확보한 물량으로, 당시 1주당 인수가는 13만8600원이었다. 이후 단행된 5:1 액면분할을 반영한 1주당 인수가는 2만7720원이다.
표면상 SK텔레콤의 카카오 주식 매각차익률은 31%에 달해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나지만, 카카오의 주가 흐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저점 매각에 가깝다. 양사간 지분맞교환 이후 카카오 주가는 가파르게 증가해 2021년 7월경 역사적 고점인 15만9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 주가는 고점 대비 4분의 1을 하회하는 저점 상태인 것이다.
SK텔레콤이 최근 급작스럽게 카카오 지분 전량매각을 결정한 데는 현금 부족 등 재무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심 해킹사건이 발생하며 예상에 없던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말 보유 현금성 자산 규모가 약 1조1651억원으로 나타난다. 같은해 11월 SK브로드밴드의 잔여지분 24.8% 인수를 위해 소수주주인 태광산업(16.75%) 및 미래에셋그룹(8.01%)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총 인수대금이 약 1조1500억원으로 책정됐다. 다음달 인수완료를 목표로 사실상 기업의 현금역량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19일 유심 해킹 사건이 터지면서 재무적 부담이 급격히 심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약 2300만명에 알뜰폰 이용자도 187만명에 달한다. 유심 1개당 원가 3000원을 기준으로 유심교체비용을 산정할 경우 약 746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유심물량 추가확보를 위한 인력증원 및 물류·운영비 등을 추가로 고려할시 약 1000억원 내외의 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유심 해킹 관련 과징금 역시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보안업계에서는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산정 기준이 기존 ‘유출관련 매출’에서 ‘사고직전연도 매출’로 변경돼 과징금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의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 상한(매출의 3%) 적용시 최대 5280억원의 과징금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며, 현실적으로는 최소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SK텔레콤이 가입고객 해킹 피해 발생시 후속피해에 대해 100% 보상을 약속한 만큼, 피해사례가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보안 시스템에 대한 복구 및 강화 작업에도 수백억원대의 비용이 예상된다.
결국 SK텔레콤은 유심 사태에 따른 피해 및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가운데, 카카오 지분 매각으로 일시적 자금을 공급해 한 숨 돌리는 모습이다.
다만 카카오 지분매각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부담을 완전히 해소할 거란 낙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유심 사태에 따른 피해보상 규모가 어느 정도로 확대될 지 알 수 없는 만큼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 또한 지난 25일 1767억원 규모의 현금배당까지 겹치며, 단기 수혈자금 중 상당규모가 재차 유출을 앞두게 됐다.
카카오 지분매각 자체에 대한 SK텔레콤 주주들의 불만과 안타까움도 표출되고 있다. 지분매각 결정 차일인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SK텔레콤 주가는 전일 대비 5~6%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 주식을 저점에서 매도했다는 시장의 안타까운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향후 성장성을 회복해 주가 회복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카카오에 대한 ‘변화의 초입’ 리포트를 통해 “올해부터 OpenAI와의 모델 및 서비스단에서의 협업이 진행돼 저비용 고효율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며 “올해 공개될 다양한 AI 서비스와 하반기 실적 개선을 감안하면 현 주가에서는 하방보다는 upside potential을 고려하는 전략이 유효해보인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를 5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