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政評] ‘전략적 선택’이 만든 이변: 안철수 4강 진입의 함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5-04-28     news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 경선이 파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경선은 ‘어차피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인식 때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은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어서 관심을 받아 왔고, 이번 1차 컷오프에서 안철수 의원이 4강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애초 많은 언론인과 정치 전문가들은 나경원 의원이 4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수 정당을 떠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원내대표 시절 강경한 대여 투쟁을 벌여 보수층의 지지를 충분히 받을 만한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런 나경원 의원이 4강 진출에 실패하고, 안철수 의원이 4강에 이름을 올렸다.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뿌리를 전통 보수에서 찾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4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이 지니는 함의는 매우 크다.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정치인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탄핵에 찬성했던 인물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계엄 해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다. 특히 한 전 대표의 경우,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탄핵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을 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을 당시 자주 면회했을 정도로 윤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정치인이다. 한마디로, 한동훈 전 대표나 안철수 의원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나경원 의원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보수층이 ‘전략적 선택’을 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할 수도 있다. 또한 중도층 혹은 무당층의 기류가 탄핵 반대에 동조하지 않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단 이 부분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1차 컷오프 당시 ARS(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이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즉, ARS 방식으로 컷오프를 진행했다면 안철수 의원이 탈락하고 나경원 의원이 4강에 진출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ARS 조사에 응답하는 계층 대부분은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 즉 ‘능동적 활동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계음으로 5분여 동안 이어지는 질문에 ‘성실히’ 응답하기란 일반 유권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ARS 조사보다 훨씬 많은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응답한다. ARS 조사에서 나타난 무당층 비율과 전화 면접 조사에서 나타난 무당층 비율을 비교해 보면 이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응답층의 차이 때문에 전화 면접 방식을 사용한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무당층이 결과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도 ARS가 아닌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를 계속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무당층이 많이 포착되는 방식의 여론조사가 컷오프에서 50%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지지층도 전략적 선택을 시작한 것 같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전략적 선택을 보여 준 사례는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전당대회는 이변을 낳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연소 야당 대표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렇다면 당시 국민의힘 지지층은 왜 전략적 선택을 했을까? 그만큼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즉, 절박성이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지금도 국민의힘 지지층이 정권 재창출에 대한 절박감을 가진다면, 다시금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당원들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이변은 충분히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변은 ‘의외성’을 의미하고, ‘의외성’은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선거 구도와 인물 그리고 바람(風)인데, 국민의힘이 경선을 통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이는 지금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됐을 당시의 바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최종 경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경선에서 과연 어떤 이변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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