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매각, KCGI 세무조사에 발목…기다리는 한양학원

2025-04-27     한경석 기자
한양증권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한양증권

한양증권의 경영권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인 강성부 대표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에 대한 세무조사로 중단되면서 지지부진하다. 매각 주체인 한양학원은 일단 세무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협상 기한 연장 여부를 고심하는 상황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과 KCGI가 지난해 9월 체결한 한양증권 지분 29.59%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의 유효기한은 6월 말까지로 알려졌다. 이 기간 내 KCGI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이 나지 않으면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세청이 KCGI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16일자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잠정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심사 과정 중 소송·조사·검사 등이 진행되면 심사를 중단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업 인허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KCGI는 전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 당시에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경험이 있어,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인수 절차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GI 측은 “한양증권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고, 세무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한양학원 입장에선 협상 지연이 부담이다.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한양대학교는 의대 집단휴학 사태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한양학원은 최근 OK금융그룹 산하 OK캐피탈로부터 450억원 규모의 긴급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담보로는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 김종량 이사장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22.35%(284만4895주)를 제공했다. 기본 금리는 연 8.5%로, 7월 18일까지 교육부의 한양증권 지분 처분 허가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최대 2.5%포인트 가산금리가 붙는다.

특히, 이번 대출 계약에는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 Right) 조항이 포함돼, OK캐피탈이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 한양학원이 보유한 지분까지 제3자에게 일괄 매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CGI 인수 무산 시 OK금융그룹이 한양증권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OK캐피탈이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시 담보권을 집행해 한양증권의 보유 주식까지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다. 이 권리는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대상 기업의 소수지분을 취득할 때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활용되는 장치다. 

업계에선 한양학원이 새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인수 후보자와의 협상을 위해 매각가 협상, 실사, 계약 조건 협의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한양학원은 이미 긴급 자금을 조달해 급한 불을 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차순위협상대상자로 패션기업 LF를 선정한 바 있다. 다만, KCGI와의 인수 협상이 무산된다하더라도 LF와 반드시 인수 협상에 나서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세무조사 결과가 양호하다면 한양학원이 KCGI와 협상 기한을 연장해 매각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